조선일보·중앙일보 日語판 기사·칼럼 거론하며 이례적 비판 나서 고민정 "이게 국민 목소리인가"…조국 "혐한 부추기는 매국적 제목" 靑 "모두 힘 모아야 할 때"…해당 보도들 사태 해결에 역행 판단한 듯
청와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국내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오전 브리핑에서 조선일보·중앙일보 기사를 거명하며 "이게 진정한 우리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특정 언론사 기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전날 밤 이들 두 언론사의 기사 제목을 두고 "일본 내 혐한 감정의 고조를 부추기는 매국적 제목"이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과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민정수석이 이처럼 동시에 특정 언론사의 보도에 노골적인 불만을 보인 것은 이들 보도 내용이 현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그만큼 해당 보도에 대한 불만이 청와대 내에 퍼져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고 대변인과 조 수석이 문제 삼은 대상은 이들 두 언론사의 일본어판 기사다.
고 대변인은 조선일보 기사와 관련, 지난 4일자 '일본의 한국 투자 1년 새 마이너스 40%…요즘 한국 기업과 접촉도 꺼려'라는 국내 기사를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에 투자를 기대하나'로 제목을 바꾼 일본어 기사 등 5건을 거론했다.
중앙일보에 대해선 '닥치고 반일이라는 우민화 정책'이란 칼럼을 포함해 2건을 언급했다.
고 대변인은 "현재도 야후재팬 국내뉴스 면에는 중앙일보 칼럼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른다', 조선일보의 '수출규제, 외교 장에 나와라…문통(문대통령) 발언 다음 날 외교가 사라진 한국' 기사가 2위, 3위에 랭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많은 일본 국민이 한국어 기사를 일본어로 번역해 올린 기사로 한국 여론을 이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역사·정치적 문제를 경제 보복으로 앙갚음하는 일본 조치의 부당성에도 일부 한국 언론 보도로 일본 국민이 한국 내 여론을 오독할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고 대변인은 해당 기사들이 한국민 여론을 반영한 것인지 반문하면서 "한국 기업인들이 어려움에 처해 모두 각자 자리에서 지혜를 모으려고 하는 이때 무엇이 한국과 우리 국민을 위한 일인지 (해당 언론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전날 밤 MBC 시사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방송화면을 캡처해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일본어 번역판 기사 제목이었다.
그는 "혐한 일본인의 조회를 유인하고 일본 내 혐한 감정 고조를 부추기는 제목을 뽑은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민정수석 이전에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런 불만은 정부와 기업, 국민과 정치권 등 대부분 구성원이 엄중한 현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터에 일부 국내 언론이 이에 역행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고 대변인은 "정부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신중하게 한발 한발 내디디고 있고, 기업은 정부와 소통으로 단기적 대책부터 근본 대책까지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며 "국민은 각자 자리에서 각자 방법으로 우려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정치권도 초당적 협력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지금은 한국 국민의 여론이 뭔지 (잘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언론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잇단 불만 표출은 언론과 SNS를 통한 대일(對日) 여론전을 한층 강화할 것이란 신호탄으로도 여겨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잇단 경고에도 일본 정부가 꿈쩍도 하지 않는 데 대해 국내외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성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조 수석과 고 대변인이 거의 동시에 같은 사안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이 상호 교감에 의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청와대 관계자는 "조 수석의 글은 개인 자격으로 올린 것이며 (대변인 발언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