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산은서 2호 자산 인수 계획"…"산은 100% 자회사에서 민영화 추진될 것"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 연내에 산업은행으로부터 2호 자산을 이관받을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사장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제일 중요한 추진 과제는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이 지분을 갖게 된 회사들을 관리하고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산은의 자회사로 지난 4월 출범했다.

제1호 자산으로 산은이 사모펀드로 보유하던 대우건설을 지난 8일 인수해 관리 중이다.

이 사장은 '매각 계획이 없다'는 의미를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펀더멘탈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며 잠재 매수자가 원하는 내용과 형태로 기업을 만들어가면 매수자가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이면서 전략적 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매각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경쟁입찰로 가고, 그 수가 적으면 다른 방식의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요즘과 같은 경제환경과 시장의 역동성을 생각하면 매각을 앞세우는 것은 과거의 매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이나 KDB생명 때문에 대우건설 매각 일정을 늦추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두 회사와 대우건설은) 업종이 다르고, 잠재 매수자도 다른 집단이라서 같은 선상에서 우선순위를 따지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부인했다.

대우건설의 구조조정 방향으로는 "핵심역량이 무엇인가를 따져 그 중심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대우건설이 자주 주인이 바뀌고 매각 과정을 겪다 보니 사기가 저하되고 조직문화도 배타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하면서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제도, 시스템, 토대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사와 보상, 평가체제를 역동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본부별 독립 채산제를 수립하고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를 도입할 것을 김형 대우건설 사장에게 제안했다고도 했다.

이 사장은 "어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하반기에 2호 자산 편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진중공업과 같은 조선·중공업 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이 사장은 "산은이 보유한 기업이 많은데 산은이 (구조조정을) 직접할 수 있는 것은 산은이 하고 우리에게 넘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것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보유 지분이 적거나 채권단 지분이 많아 다른 금융기관과 협의할 사안이 많은 것은 KDB인베스트먼트가 관리할 필요성이 적다고 봤다.

이 시장은 초기에는 주로 산은의 보유한 회사를 구조조정하는 업무에 치중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민간 자본을 유치해 정책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이 시장 중심으로 바뀔 수 있게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산은이 KDB인베스트먼트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지만 점차 매각해서 민영화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민간 사모펀드 운용사와 다르게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회사와 함께 기업설명회(IR)를 열어 투명성을 높이고 관리 회사의 가치를 높이겠다고도 했다.

이 시장은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은 현재와 같은 '사회적 구조조정' 형태를 띠어서는 안 되고 구조조정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된 임직원, 해당 기업과 거래관계가 끊긴 협력업체, 그 기업이 있는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봤다.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문제는 사회안전망과 같은 다른 사회적 기제로 해결할 문제이고 구조조정은 "기업이 부실해진 이유를 제거해 회생시켜 시장으로 돌려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