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교육감(사진)이 자율형 사립고 전면 폐지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법령 개정을 통한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자사고와 외국어고의 제도적 폐지 여부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적인 ‘자사고 폐지론자’로 꼽힌다.

조 교육감은 17일 서울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사고는 정책적 유효기간이 다했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의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자사고의 존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항을 삭제해 자사고 형태의 학교 자체를 없애자는 의미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법령을 개정할 의지가 없다면 국가교육회의에서 자사고와 외고 폐지에 대한 국민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조 교육감의 자사고 전면 폐지 정책에 적지 않은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졸업할 때까지 ‘1학교 2체제’로 운영되는 학교에 다녀야 하는 자사고 재학생은 물론 고입 시험을 준비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과 자사고 인근 학교들까지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공론화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지난해 대학 입시 개편 방안을 국민 공론화에 맡겼다가 ‘수능 위주 정시모집 비중 30%로 확대’ 등 어정쩡한 결론이 도출돼 논란을 키웠다.

서울교육청은 이날 일반고 종합 지원 계획도 발표했다. 일반고 학생의 교육과정 설계 지원을 위해 일반고 교사를 교육과정 및 진로·진학 전문가로 양성하고, 일반고 권역별 공유 캠퍼스를 구축해 학교별 특색 교육과정을 공유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교육계에서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감은 “일반고 지원 계획이라기보다는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학교 체제를 개편하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잠자는’ 일반고 교실을 깨우기 위해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릴 방안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과 교육부는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에 5년간 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반고로 전환된 자사고는 못 받던 재정결함보조금도 지원받는다. 고교 무상교육 대상 학교에도 포함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