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발표 약속 저버려"…경찰·검찰·도청 앞에서 차례로 집회
"정말 죽고 싶은 심정" 강원산불 피해자들, 수사 발표 촉구
"우리나라 법이 이상합니다.

피해민, 이재민 구분을 잘 몰라서 피해 신고만 했는데 해당 사항이 없다고 아무것도 안 줍니다.

피켓 문구처럼 정말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
지난 4월 강원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한 이재민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아로니아 농사를 짓던 이 이재민은 산불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군청에 피해 신고를 했지만,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는 그는 "나중에 시위하고 왔더니 물 몇박스랑 치약 몇 개만 주더라"라며 "같은 피해민인데 왜 지원대상에서 빠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이어 "정말 힘없고 나약한 저희 같은 사람들을 도와주세요"라며 거듭 부탁했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 강원산불 피해자들, 수사 발표 촉구
속초·고성 산불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오전 강원지방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수사 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이들은 한전에서 이렇다 할 보상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경찰이 6월 초까지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고, 수사 결과 발표 없이는 손해사정사의 피해조사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룻밤 사이에 집과 일터를 잃은 주민들은 이마에 '결사투쟁' 띠를 두르고, 산불 피해 사진과 피켓을 들고서 수사 결과 발표를 외쳤다.

비대위는 "아직도 집, 사무실, 공장 등 철거를 못 한 사람들이 30%에 달한다"며 "철거를 하면 증거물 훼손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기에 피해민들은 아무것도 못 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강원지방경찰청장은 6월 초까지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으나 이를 저버렸다"며 "전 청장을 약속 불이행으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 강원산불 피해자들, 수사 발표 촉구
비대위는 "경찰이 산불이 난지 100일이 넘도록 정부 눈치만 보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은 눈치 보지 말고 한전의 중과실 치사를 즉각 발표하고, 한전 관련자를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또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은 경찰이 신속한 수사 발표를 하도록 하고, 정부는 법을 바꿔서 다음 세대가 안심하고 사업하고 집에서 잘 수 있도록 창피하지 않은 어른이 되어 달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집회에 이어 경찰 관계자와 면담을 한 뒤 춘천지방검찰청과 강원도청 앞에서도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