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창업주, 여비서에 이어 가사도우미까지 성폭행 '피소'
옛 동부(DB)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2년 전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뒤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15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여성 A 씨가 2018년 1월 김 전 회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6년부터 약 1년간 경기 남양주 별장에서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로 일했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주로 음란물을 본 뒤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A씨가 김 전 회장을 고소했을 당시 김 전 회장은 이미 자신의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2년째 미국에 머물고 있는 김 전 회장은 신병 치료를 이유로 귀국하지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JTBC는 A씨가 피해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파일에는 김 전 회장이 A씨에 "나 안 늙였지", "나이 먹었으면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지", "가만히 있어" 등의 말을 한 정황이 담겼다.

당시 상황을 녹음한 계기에 대해 A 씨는 “두 번 정도 당하고 난 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누구한테 말도 못 하고 그때부터 녹음기를 가지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같은 A씨 주장에 대해 김 전 회장은 '합의된 관계였다'며 성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이번 사건으로 A씨에게 합의금을 줬는데 추가로 거액을 요구하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은 해고를 당했고 이 때 생활비로 2200만 원을 받은 것 뿐이라며 반박했다. 오히려 김 전 회장이 성폭행 사실을 숨기려고 입막음을 했다며 계좌 내역을 경찰에 제출했다.

DB그룹 측은 "김 전 회장이 이미 물러난 상황에서 그룹 차원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외교부와 공조해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렸다. 현재 피해자 조사는 마무리했다.

최근 김 전 회장의 미국 거주지를 파악했지만 김 전 회장이 치료를 이유로 6개월마다 체류 연장 신청서를 갱신하고 있어 체포가 쉽지 않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 성폭행 건과 여비서 성추행 건 모두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보낸 상태라고 전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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