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정치인→국민당 지방선거 영웅→대선 후보 직행
정치색보다 소탈·민생 이미지로 인기…포퓰리즘 지적도
대선 티켓 거머쥔 대만 정계 '풍운아' 한궈위
한궈위(韓國瑜·62) 가오슝(高雄)시 시장이 내년 1월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로 대만 총통 선거에 나선다.

무명 인사에 가까웠던 그가 작년 11월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의 20년 텃밭인 가오슝시에서 시장으로 당선되는 대이변을 연출하고 나서 불과 반년 만에 곧장 대선 직행 티켓을 따낸 것이다.

대만 정계에 파란을 일으킨 '풍운아' 한 시장은 대만으로 패퇴한 국민당군 장교의 아들로 1957년에 태어났다.

태생으로 보면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건너온 이들을 가리키는 '외성인'(外省人) 2세대에 속한다.

한 시장은 1993년부터 2002년까지 3선에 걸쳐 입법의원(대만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이후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타이베이 농산물도매공사 사장을 지낸 그는 2017년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20년간 장악한 가오슝시에서 제2의 정치 인생 도전에 나섰다.

민진당 지지세가 강한 가오슝은 국민당에서 누구도 출마를 원하지 않는 지역이었기에 '중고 신인' 한궈위가 나설 기회가 온 것이다.

당에서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한 시장은 자신을 기성 정치인과 다른 '비전통 정치인'으로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전략을 택했다.

정치적 논쟁과는 철저히 거리를 두면서 낡고 쇠락한 대만 제2 도시 가오슝을 재도약시키겠다는 민생 공약을 부각했다.

"민진당은 가오슝의 젊은이들이 가오슝을 떠나게 했다", "낡고 가난한 가오슝을 대만 최고의 부자 도시로 만들겠다", "10년 안에 가오슝 인구를 50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그의 공약은 점차 가오슝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탈하고 친근한 이웃 아저씨 같은 이미지도 한 시장이 가진 강력한 무기로 평가된다.

작년 여름 가오슝에 폭우가 내렸을 때 홀로 우산을 쓴 채 양복바지를 걷어 올리고 침수 현장을 다니며 주민들을 위로한 모습이 대중의 큰 호감을 샀다.

그는 자신의 신체적 특징인 대머리조차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한궈위는 작년 지방선거 선거 마지막 유세 날에는 자신처럼 대머리인 지지자 227명을 모아 '가오슝 빛내기' 이벤트도 열었다.

대선 티켓 거머쥔 대만 정계 '풍운아' 한궈위
대중은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정치인의 모습에 열광했다.

대만에서는 기존에 한국 대중문화 열풍을 뜻한 '한류'(韓流)라는 말이 한궈위 열풍이라는 뜻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소속 정당의 조직적인 지원 부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반한 열광적 지지층의 팬덤으로 극복했다.

한궈위가 가오슝에서 일으킨 열풍은 전국으로 퍼졌다.

작년 11월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22개 현·시장 자리 중 3분의 2에 달하는 15곳을 차지하는 데 '한류'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한궈위는 일약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본선에 진출한 한 시장이 앞으로 혹독한 검증의 관문을 통과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가 자신의 장점인 소탈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미중 갈등과 중국의 압박 강화라는 엄중한 대외 환경 속에서 대만을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지 실질적인 구상을 보여줘야 할 '진실의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대만 내 일각에서는 그가 실현 불가능한 약속을 대중에게 제시하는 포퓰리즘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만의 한 소식통은 "한 시장이 대중적 인기에 기반하고 있지만 오래 정치권에서 떠나 있어 인적 기반이 매우 부족하다"며 "민진당 쪽에서는 오히려 한 시장이 본선에 나왔을 때 더 상대하기 쉽다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중 갈등 격화, 중국의 대만 압박 강화, 홍콩 시위 격화의 영향으로 대만에서 중국 본토를 경계하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국민당 소속인 한 시장에게는 썩 유리하지 않은 요인이기도 하다.

한 시장은 홍콩에 적용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는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시장은 작년 지방선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려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중국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지지율 회복에 나선 차이 총통과 한 시장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본게임은 지금부터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