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시인했던 가해자 진술 번복, 사과조차 없어

뺑소니를 당했던 50대 신문배달원이 6개월간 사경을 헤매다 숨을 거뒀다.

신문배달원인 김 모(56) 씨에게 불행이 닥친 건 지난 1월 9일. 그는 늘 그랬듯이 신문을 챙겨 오토바이에 올랐다.

뺑소니 당한 신문배달원, 6개월 사경 헤매다 숨져
자정을 넘길 무렵이었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에 갑자기 아반떼 승용차가 자신을 덮쳤다.

이내 몸은 고꾸라졌다.

사고 충격으로 오토바이는 튕겨 나가 주차 차량 3대가 파손됐다.

가해자는 줄행랑을 쳤다.

머리와 턱뼈, 옆구리, 엉치뼈를 심하게 다친 김씨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뇌수술만 여러 차례 받았다.

사고 이튿날 검거된 정모(22)씨는 전역을 앞둔 상근 예비역 신분이었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사고를 냈다.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하지만 정씨는 군 수사단계로 넘어간 뒤 음주 사실을 부인하기 시작했다.

헌병대에 인계된 정씨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하지만 군사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민간인 신분이 된 정씨는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

언론 보도로 사실을 접한 검찰은 재수사 끝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정씨를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 시민위원회 위원 9명도 만장일치로 구속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은 정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시일이 너무 지나 음주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6개월간 혼수상태에 빠졌던 김씨는 지난 12일 오전 숨졌다.

그는 14일 가족과 친지들의 오열 속에 한 줌의 재로 변했다.

김씨의 형 태형(59)씨는 "정씨가 뒤늦게나마 구속됐지만, 군대에서 영장 기각 사유가 '도주 우려가 없었다'였다.

이게 말이나 되느냐"면서 "정작 가해자는 단 한 번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동생의 삶이 너무 안타깝다"며 "앞으로 (가해자의) 재판에 꼬박꼬박 참석하겠다"고 눈물을 삼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