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폐원인가 52곳 중 48곳이 감사대상…부당 집행금 회수 길 막혀
경기교육청 "학부모 동의 등 조건 충족하면 폐원 반려할 근거 없어"

경기도교육청이 특정 감사를 거부한 사립유치원을 수사기관에 고발해 놓고도 정작 이들 유치원들의 폐원을 허가하는 모순된 행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폐원을 허가해 준 유치원 대다수가 올해 감사 대상인 곳이어서, 혹시라도 있을 부당하게 집행된 예산을 회수할 길이 막혀버렸다.

도 교육청은 학부모 동의 등 폐원 인가 기준을 충족한 유치원의 신청을 반려할 법적, 제도적 근거가 없어 속수무책이라는 입장이다.

감사거부로 고발해 놓고 사립유치원 폐원허가…모순된 행정
1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019학년도 기준 폐원 인가된 사립유치원은 52곳이다.

이는 2017학년도 16곳, 2018학년도 24곳에 비해 최대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는 원아 200명 이상인 유치원 한곳, 150명 이상인 유치원 두 곳 등 중·대형급 유치원들도 포함됐다.

특히 이 중엔 도 교육청이 감사자료 제출 거부로 수사기관에 고발한 유치원들도 포함됐다.

폐원 당시 원아 수 300명이 넘었던 A 유치원은 도 교육청으로부터 2월 27일 고발됐지만, 일주일도 안 돼 유치원 폐원 권한을 가진 지역교육지원청으로부터 폐원을 인가받았다.

B 유치원도 사립유치원 사태 후 학부모에게 폐원을 통보하는 등 '반발성 폐쇄'를 검토해 특정감사 대상이 됐지만, 감사자료를 내지 않아 지난 1월 30일 고발됐음에도 한달여만에 폐원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도 교육청의 고발에도 폐원된 유치원은 확인된 곳만 3개이다.

그뿐만 아니라 폐원된 52곳 중 48곳은 올해 사립유치원 전수감사 대상인 유치원이었다.

도 교육청은 감사로 그동안 잘못 집행된 예산을 보전(유치원 회계 계좌로 입금하도록 한 조치), 회수(교육청 계좌로 입금하도록 한 조치), 환급(학부모 계좌로 입금하도록 한 조치)하고 있는데, 감사도 받기 전에 폐원된 유치원들엔 이런 재정 조치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도 교육청이 그동안 감사로 교재비 착복, 유치원장 개인계좌로 부당지출, 사적 사용 등을 적발해 41억여원을 보전 조치했다.

감사거부로 고발해 놓고 사립유치원 폐원허가…모순된 행정
최근 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추가로 공개된 사립유치원 7곳의 감사 결과를 보면 유치원당 최대 1억6천여만원의 재정 조치를 받기도 했다.

도교육청 감사관 관계자는 "일부 유치원의 경우 감사를 받으면 뱉어내야 할 금액이 너무 크니까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폐원 신청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단 폐원되면 부당 집행 예산을 환수할 길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상당수 유치원의 폐원 인가 신청이 받아들여진 이유는 폐원 인가 반려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게 도 교육청 설명이다.

유아교육법에는 사립유치원 폐원 신청 절차와 처리 기간 등만 명시되어 있고 자세한 폐원 기준은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 교육청이 교육부의 사립유치원 폐원 기준인 '학부모 동의 3분의 2 이상', '기존 원아들에 대한 배치 계획'을 따르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감사 대상이거나, 고발된 유치원이라 하더라도 위 기준을 충족한 유치원의 폐원 신청을 지역교육청들이 반려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감사거부로 고발해 놓고 사립유치원 폐원허가…모순된 행정
그나마 교육부가 최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유치원 폐원 인가 세부사항은 시·도 교육규칙으로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기로 하면서 도 교육청이 고발한 유치원을 폐원시켜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줄 것으로 전망된다.

도 교육청 학교설립과 관계자는 "도 교육청은 지역교육청에 '불법행위를 목격한 공무원은 이를 고발할 의무가 있으니 수사 등 사안이 끝날 때까지 폐원을 인가하지 말고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폐원 인가 기준을 정할 수 있게 되면 이런 문제는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