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는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80년 미일 반도체 갈등 사례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일 갈등 문제가 불거지는 배경이 단순한 정치적 보복 차원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혹은 차세대 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연구원은 과거 미일 반도체 무역 갈등 사례를 언급했다.
1980년대 미국 정부는 일본의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도시바 등 반도체 업체가 급성장하자 반도체 덤핑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등 압박에 나섰고 결국 일본과 반도체 협정을 맺어 일본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촉진하도록 하는 등 시장 점유율 확대를 시도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이 당시 일본 기업에 통상 압박을 가한 배경은 반도체 산업이 '최첨단 산업'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라며 "최첨단 산업 주도권을 일본 기업들에 내주면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국가경쟁력 약화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일본 정부의 반도체 관련 중간재 수출 규제를 향후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며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경쟁에서 한국이 앞서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규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한국 반도체 산업 견제 움직임에 미국 측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만약 미국 측도 잠재적 동의가 있다면 일본의 규제가 더욱 광범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그는 "이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간다면 일본은 물론 미국도 한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 반도체 산업을 두고 미국과 일본의 경제 규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찾은 인천 남동공단의 한 제강기업 내부는 철근을 제조할 때 쓰는 가열로의 열기로 후끈했다. 이 가열로는 이 일대 지역난방을 맡고 있는 A사에는 ‘보물’ 같은 존재다. 여기에서 나오는 폐열로 물을 데워 인근 6만 가구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폐열 난방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상당 기간 적자를 본 A사는 시스템이 궤도에 오르자 흑자기업이 됐다.A사를 비롯한 민간 지역난방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가 오는 7월 1일부터 지역난방 요금제도를 개편하기로 해서다. 민간기업은 ‘요금을 낮추거나, 원가를 공개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요금을 인하하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원가를 공개하면 기밀이 유출된다. 민간업체들이 한목소리로 “반시장적 정책” “업계를 고사시킬 것”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다.◇“요금 낮추면 적자 불가피”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로 물을 데워 가정에 공급하는 난방 방식이다. 부족한 열은 액화천연가스(LNG)를 태워 채운다.민간사업자 난방료의 기준은 국내 지역난방 시장의 50%(약 180만 가구)를 차지한 한국지역난방공사 요금이다. 민간기업은 지역난방공사가 정한 기준요금의 100~110%만큼을 부과할 수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규모의 경제’ 덕분에 원가 경쟁력이 높은 데다 인프라도 잘 갖춘 만큼 민간 사업자에 최대 10% 높게 요금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업계 관계자는 “지역난방공사보다 10%를 더 받아도 사업 초기엔 수년간 적자를 낸다”며 “신도시가 들어서도 모든 가구가 입주할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데, 그동안 난방료가 덜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은 지역난방 요금 책정을 시장에 맡긴다.미국은 지역난방기업이 대학, 병원, 정부청사 빌딩 소유주 등과 20년 이상 장기 계약하면서 난방 요금도 함께 정한다. 난방료는 에너지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천연가스나 원자력 발전 단가 등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미국 지역난방업체는 원유보다 저렴한 천연가스나 원자력 발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쓴다. 원가를 절감해야 회사 수익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시장에서 지역난방 요금을 정하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지역난방 시장은 민간 기업 중심으로 돌아간다. 2022년 기준 81개사가 142개 지역에 난방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독일은 ‘지역난방 왕국’으로 통한다. 전체 난방 시장의 14%(597만 가구)를 책임질 정도다. 천연가스와 석유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지역난방 요금은 천연가스 가격과 연동된다. 정부가 지역난방 요금을 통제하면 기업이 투자를 꺼려 자칫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점을 감안해 시장가격에 연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 들어선 요금 책정을 기업에 맡기는 대신 가격 비교 플랫폼과 분쟁 해결 제도 등을 도입, 소비자가 요금을 높게 정한 업체에 직접 불만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스웨덴은 2013년부터 지역난방 요금을 기업과 소비자가 협의해 정한다. 정부 역할은 중재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맞춰져 있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기업의 비용 절감 노력을 꺾을 뿐 아니라 생산비용을 부풀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