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다방 종업원 살해 혐의 남성 무기징역→무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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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범행 의심스러우나 유죄 증명력 있는 간접증거 없어"
17년 전 다방 여종업원을 살해하고 예·적금을 인출한 혐의로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남성이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재판이 다시 이뤄진 2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강도살인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원심이 채택한 간접사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11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8) 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인 무기징역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파기환송심에서 새로운 증거나 진술이 제시되지 않았고 기존 증거에서 대법원이 제기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의 유력한 간접증거였던 동거녀 진술에 대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동거녀는 2017년 경찰 최초 조사에서 애초 마대 자루를 본 적이 없다고 했으나 이후 피고인과 마대 자루를 들고 옮겼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진술 변경이 "공범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방어나 경찰관의 암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며 "마대 자루를 옮긴 이후 구체적 상황을 진술하지 못하는 것도 증거가치가 제한적이고 수사기관의 정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자신의 기억으로 재구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피고인이 피해자 예·적금을 인출한 부분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폭행·협박·고문해 예금 비밀번호를 알아냈을 것으로 추론이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수첩 등에 비밀번호를 기재해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특히 범행 20일이 지난 시점에서 자칫 검거돼 살인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적금을 해지한 것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면식범에 의해 살해됐다는 피고인 측 주장이나 당시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 제3자 범행 가능성도 강도살인 혐의와 직접 상관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제기한 의문점 외에도 피고인이 타던 차량에서 발견된 오래된 얼룩은 핏자국인지, 범행 과정에서 생긴 것인지를 알 수 없어 증거가치가 없다고 봤다.
또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행한 자백을 암시하는 발언과 유사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 등도 강도살인 혐의에 대한 유죄 증거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1·2심에서 유죄 증거로 인정된 피고인의 '살인 공소시효 폐지' 검색 사실도 이 단어 외에 사건을 특정할 만한 사항을 함께 검색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증거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직접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 버금갈 정도의 증명력을 가지는 간접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인정된 간접증거를 관련지어 보더라도 유죄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양 씨는 2002년 5월 22일 A(당시 22세) 씨를 흉기로 협박해 통장을 빼앗아 예금 296만원을 찾고, 칼로 가슴을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범행 15년 만인 2017년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02년 5월 31일 부산 강서구 바다에서 손발이 묶인 채 마대 자루에 담긴 A 씨 시신이 발견됐지만 10여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1·2심은 양 씨 혐의가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중대 범죄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데 한 치의 의혹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
강도살인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원심이 채택한 간접사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11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8) 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인 무기징역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파기환송심에서 새로운 증거나 진술이 제시되지 않았고 기존 증거에서 대법원이 제기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의 유력한 간접증거였던 동거녀 진술에 대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동거녀는 2017년 경찰 최초 조사에서 애초 마대 자루를 본 적이 없다고 했으나 이후 피고인과 마대 자루를 들고 옮겼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진술 변경이 "공범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방어나 경찰관의 암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며 "마대 자루를 옮긴 이후 구체적 상황을 진술하지 못하는 것도 증거가치가 제한적이고 수사기관의 정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자신의 기억으로 재구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피고인이 피해자 예·적금을 인출한 부분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폭행·협박·고문해 예금 비밀번호를 알아냈을 것으로 추론이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수첩 등에 비밀번호를 기재해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특히 범행 20일이 지난 시점에서 자칫 검거돼 살인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적금을 해지한 것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면식범에 의해 살해됐다는 피고인 측 주장이나 당시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 제3자 범행 가능성도 강도살인 혐의와 직접 상관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제기한 의문점 외에도 피고인이 타던 차량에서 발견된 오래된 얼룩은 핏자국인지, 범행 과정에서 생긴 것인지를 알 수 없어 증거가치가 없다고 봤다.
또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행한 자백을 암시하는 발언과 유사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 등도 강도살인 혐의에 대한 유죄 증거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1·2심에서 유죄 증거로 인정된 피고인의 '살인 공소시효 폐지' 검색 사실도 이 단어 외에 사건을 특정할 만한 사항을 함께 검색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증거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직접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 버금갈 정도의 증명력을 가지는 간접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인정된 간접증거를 관련지어 보더라도 유죄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양 씨는 2002년 5월 22일 A(당시 22세) 씨를 흉기로 협박해 통장을 빼앗아 예금 296만원을 찾고, 칼로 가슴을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범행 15년 만인 2017년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02년 5월 31일 부산 강서구 바다에서 손발이 묶인 채 마대 자루에 담긴 A 씨 시신이 발견됐지만 10여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1·2심은 양 씨 혐의가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중대 범죄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데 한 치의 의혹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