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유조선 억류에 따른 보복 우려…이란 일각선 '보복' 주장
英해군, '이란 나포설' 자국 유조선에 호위함 붙여
이란에 나포됐다는 설이 돌아 한때 소동이 일었던 영국 선적 초대형 유조선에 영국 해군이 호위함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일간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해군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오만해로 진출하는 유조선 '퍼시픽 보이저'호 호위를 위해 소형구축함 '몬트로즈'(Montrose) 함을 투입했다.

구체적 임무 범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몬트로즈 함은 퍼시픽 보이저가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구역을 벗어날 때까지 뒤를 따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퍼시픽 보이저는 지난 6일 싱가포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로 이동하던 중 이란 근해에서 6시간가량 멈춰 섰으며, 인터넷에선 이 배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앞서,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은 유럽연합(EU)의 대(對)시리아 제재를 어기고 시리아로 원유를 수송한다는 이유로 근해를 지나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1' 호를 이달 4일 억류했다.

이란 정부는 그레이스1 호를 즉각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이란 고위층에서 그레이스1 억류에 대한 보복으로 영국 유조선을 억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퍼시픽 보이저가 나포됐다는 소문은 상당히 유력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퍼시픽 보이저는 당시 도착 시각 조정을 위해 잠시 운항을 멈췄던 것으로 드러났다.

예민한 국면에서 영국 선적 유조선이 공교롭게도 이란 해안에 가까운 걸프 해역에서 항해를 멈추는 바람에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英해군, '이란 나포설' 자국 유조선에 호위함 붙여
퍼시픽 보이저는 목적지인 라스타누라에서 화물을 선적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지나 지금은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상에 있다.

당국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근해에 있는 영국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 호에 대해서도 호위함을 제공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브리티시 헤리티지 호는 이라크 바스라에서 원유를 실을 예정이었지만, 그러려면 이란 영해에 너무 가까이 가야 하는 까닭에 바스라항에 정박하지 못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영국 해군은 걸프 해역에 소해함 4척과 호위함 등 다수의 군함을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걸프 해역의 안보 상황을 계속 모니터하고 있으며, 국제법에 따른 항해의 자유가 유지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레이스1 호 억류를 둘러싼 서방과 이란의 갈등은 형식상으로는 이란 핵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미국이 탈퇴하고, 이란이 합의됐던 상한(농축도 3.67%)을 넘겨 우라늄을 농축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EU와 영국, 프랑스, 독일 정부는 지난 9일 이란의 일부 핵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 포기와 관련해 공동 성명을 내고 이란에 핵 합의를 완전하게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