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우려가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세계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 등 움직임도 ‘신(新)골드러시’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긋 웃은 金펀드…금리인하 타고 연말까지 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KRX 금시장에서 g당 금 가격은 1310원(2.50%) 오른 5만3630원을 기록했다. 2014년 3월 금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금은 전통적으로 미국 달러화 등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혀왔다. 올해 들어선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져 국제 금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은 지난해 8월 16일 온스(31.1g)당 1176.2달러에 거래됐으나 이달 3일에는 1417.7달러까지 치솟았다.

금값이 오르자 금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일 기준 ‘IBK골드마이닝증권자투자신탁1[주식]종류A’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7.86%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2.02%)보다 훨씬 우수한 성과를 냈다. 상징지수펀드(ETF)인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금은선물(H)’ 등도 최근 3개월간 각각 9.58%, 8.30%의 수익을 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금 가격이 당분간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재개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금 가격이 하루 새 24.1달러(1.7%) 급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위기 고조와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 금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금 가격 상승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달러 가치 상승 추세가 진정된다는 전제 아래 금 가격은 내년 초까지 10%가량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주요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금 가격은 하반기 온스당 1500달러 선까지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