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 약 40% 득표…과반 의석 확보해 단독정부 구성할 듯
'父子 총리' 탄생…새 총리 미초타키스, 성장위주 친기업정책 전망
그리스 총선서 중도우파 정권탈환…3당 극우정당 '입성 실패'(종합3보)
7일(현지시간) 실시된 그리스 총선에서 중도우파 신민주당(이하 신민당)이 4년 6개월 만에 정권탈환에 성공했다.

현 집권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8년에 걸친 구제금융 체제를 지난해 졸업하고 최근 경제를 성장세로 돌리기는 했지만 긴축 정책에 지친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해 정권 사수에 실패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가 94%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51) 대표가 이끄는 신민당은 거의 40%를 득표, 2015년 1월 총선과 그해 9월 조기총선의 패배를 설욕했다.

시리자는 31.5%를 얻는 데 그쳤다.

신민당은 이로써 전체 의석 300석 중 절반을 넘는 약 158석의 의석을 얻어 다른 정당과의 연합 없이 자력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선거제도는 제1당에 의석을 추가로 주기 때문에 신민당은 과반 의석이 가능하게 됐다.

반면, 현재 144석의 의석을 가진 집권 시리자는 86석을 얻어 제2당으로 밀려나게 됐다.

그리스 총선서 중도우파 정권탈환…3당 극우정당 '입성 실패'(종합3보)
미초타키스 신민당 대표는 승리가 결정되자 TV 연설을 통해 "고통스러운 한 시대는 끝났다"며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자랑스럽게 재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또 지지자들에게 "우리 국민들이 번영하는 것을 보고 싶다.

떠났던 자녀들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현 총리는 미초타키스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하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국민의 결정을 존중한다.

우리는 책임 있고, 역동적인 야당의 역할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기성정당 심판 분위기에 편승해 원내 제3당으로 약진한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은 의석 확보의 하한선인 3% 득표에 실패했다.

황금새벽당은 지난 총선에서는 6.99%의 득표로 18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95% 개표 상황에서 2.95%를 얻는 데 그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나치를 추종하는 황금새벽당은 최근 살인과 폭력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등 구설에 휘말렸다.

이에 따라 최근 기성 정당을 거부하고 포퓰리스트적이고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정당에 눈을 돌리는 유럽의 조류에 편승하지 못했다.

이밖에 출구조사에서는 중도좌파 정당인 변화를 위한 운동(KINAL)이 득표율 6∼8%, 공산당(KKE)이 5∼7%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긴축 반대와 경제 정의를 내건 범유럽 정당 'MeRA25'은 9석을 얻어 원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은 긴축을 강요하는 국제채권단에 반발해 치프라스 내각의 첫 재무장관직을 내던진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가 이끌고 있다.

또한, 전직 언론인이 설립한 극우·친러시아 성향의 신생정당 '그리스 해법'은 10석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총선서 중도우파 정권탈환…3당 극우정당 '입성 실패'(종합3보)
그리스에서는 당초 10월께 총선이 예정됐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와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총선을 3개월가량 앞당겼다.

치프라스는 그리스 채무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5년 1월, 변방에 머물던 시리자의 총선 승리를 이끌고 그리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직에 오른 바 있다.

치프라스는 8년에 걸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체제를 지난해 8월 종식하고 최근에는 경제 성장세와 함께 실업률 하락을 이끌었다.

또 27년간 나라 이름을 둘러싸고 분쟁을 겪던 이웃 북마케도니아와의 갈등을 해소하면서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에서는 인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구제금융의 그늘이 워낙 짙어 오랜 긴축에 지친 유권자들의 재신임을 받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치프라스는 애초 긴축 거부를 앞세워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막상 총리직에 오른 뒤에는 그리스 경제의 파국을 막는다며 공약을 뒤집고 채권단의 더 강화된 긴축안을 수용, 국민적 반발을 샀다.

북마케도니아와 국명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도 대다수 그리스 국민의 반감을 사며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됐다.

그리스 총선서 중도우파 정권탈환…3당 극우정당 '입성 실패'(종합3보)
치프라스의 뒤를 이을 미초타키스 대표는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는 그리스 보수파의 거두로 1990∼1993년 총리를 지냈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뒤 국제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의 컨설턴트 등 금융계에서 일하다가 부친의 뒤를 이어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는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체제 아래에 놓였던 2013∼2015년 개혁행정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감축한 전력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경제성장과 외국인 투자, 세금 인하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 지지세를 불려왔다.

시장 친화적 성향의 미초타키스의 집권이 유력해졌다는 전망에 이번 선거를 앞두고 그리스 채권 금리는 하락하고, 주식은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다.

미초타키스는 8일 총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