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발표했다. 작년 동기보다 각각 4.2%, 56.3% 줄었다. 고객들이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내 딜라이트숍에서 갤럭시S10 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발표했다. 작년 동기보다 각각 4.2%, 56.3% 줄었다. 고객들이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내 딜라이트숍에서 갤럭시S10 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삼성전자가 D램을 비롯한 반도체값 하락과 스마트폰 시장 경쟁 심화라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올 2분기에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 1분기 6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삼성디스플레이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은 1분기 이후 더욱 커졌던 ‘실적 비관론’을 잠재울 만하다.

하지만 뜯어보면 1분기에 비해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회사 측이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에 약 8000억~9000억원 규모의 ‘일회성 이익’이 반영돼 있어서다.

원가 이하로 떨어진 낸드 가격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이번 실적에는 디스플레이 관련 일회성 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고객사인 미국 애플이 ‘아이폰X’ 판매 부진 탓에 당초 주문하기로 계약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에 보상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얻은 일회성 이익과 에어컨 등의 성수기 효과로 선방한 CE(소비자가전) 부문을 제외하면 실적은 여전히 좋지 않다. 삼성전자가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3조3000억원 △IM(IT·모바일) 1조9000억원 △CE 6000억원 △디스플레이 7000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 하락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영업이익이 지난 1분기(4조1000억원)와 비교하면 20%, 전년 동기(11조6000억원)보다는 72% 줄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D램 업계의 ‘큰손 고객’이었던 서버 업체들이 투자를 재개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DR4 8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1.73% 하락한 3.31달러였다. 2016년 9월(3.31달러) 이후 최저가다. 지난달 128Gb MLC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3.93달러)은 하락세를 멈췄지만 이미 원가 이하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삼성전자는 올 2분기부터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회성 이익 빼면 11분기來 '최악'…"재팬쇼크에 3분기 이후 더 걱정"
일본의 수출 규제로 불확실성 더 커져

일회성 이익 빼면 11분기來 '최악'…"재팬쇼크에 3분기 이후 더 걱정"
당초 반도체 업계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실적을 기대했다. 스마트폰 신제품이 대거 출시되는 하반기가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는 2분기부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예기치 못한 대형 악재가 이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포토레지스트는 차세대 설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사업장에 짓고 있는 EUV 전용라인을 오는 9월께 완공하고 내년 1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규제를 지속하면 EUV 라인 가동이 차질을 빚게 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칭가스의 경우 단기간에 초고순도 제품 공급처를 일본에서 국내 업체로 전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둔화하는 점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도체를 사들여야 할 서버업체들이 하반기에도 투자를 재개하지 않으면 반도체 업계의 실적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