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단속하다 4억여원 손해배상에 휘말린 경찰관…배상금 물게 되면 지원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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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왁자지껄
경찰이 ‘끼어들기’ 교통단속을 하던 중 운전자에게 상해를 입혀 4억3000여만원을 배상해야하는 일이 벌어졌다. 근무 중 벌어진 상황이지만 해당 경찰관은 경찰 조직으로부터 어떤 배상금 지원도 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까닥하다 소송에 휘말려 큰 돈을 물어낼 수 있어 단속을 피해가려는 사람들도 마음대로 쫓아가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문혜정)는 지난달 28일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4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2년 3월 A씨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도로에서 불법으로 끼어들기를 하다가 경찰관 B씨에게 적발됐다. A씨는 10분 이상 시간을 끌다가 B씨에게 면허증을 건넸다. 경찰관 B씨가 범칙금을 부과하려 하자 A씨는 면허증을 빼앗고자 B씨의 제복 주머니와 어깨 등을 붙잡았다. 그러자 B씨는 A씨를 제압하고자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당시 월소득 1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였던 A씨는 상해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구상권 청구되면 경찰관이 직접 배상금 내야 이 때 A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국가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경찰관 B씨가 당장 내야할 배상금은 없다. 하지만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집행 정도를 넘어선 중과실을 저질렀다고 인정될 경우 해당 경찰관에게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구상권이란 국가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 국가가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뒤 실제 불법행위를 저지른 공무원에게 배상금을 청구하는 권리다. 구상권이 청구되면 경찰관 B씨는 배상금 일부를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이처럼 경찰 조치로 인해 국가를 상대로 제기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연간 약 200여건에 달한다는 게 경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송에 휘말린 경찰관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충분치 않다는 게 일선 경찰들의 얘기다. 다만 공무집행 중 소송을 당한 경찰관은 각 지방경찰청의 경찰연합상조회 기금이나 경찰공제회의 법률구조지원금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해당 지원금은 ‘정당한 공무집행’을 수행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변호사 선임료 등의 소송 비용만 지원하는 수준이다. 나머지 배상금을 해결하는 것은 경찰관의 몫이다.
지난해 6월 경찰법률보험도 도입됐다. 이 보험은 '공무수행과 관련'된 사건으로 기존 지원책에 비해 보상 범위가 넓어졌지만 1인당 지원액 한도는 2000만원에 불과하다. 수억원의 배상금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 경찰관 B씨는 이마저도 지원 받기는 어렵다. 2013년 7월 이후 발생한 사건에 한해 해당 보험이 적용되지만 해당 사건은 이보다 앞선 2012년에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재판부 판결에 대해 항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무서워 적극적인 공무집행 어렵다”
교통 단속 등 현장 업무를 맡고 있는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업무 중 입힌 상해로 구상권이 청구돼 수억원을 물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공무집행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며 “수억원을 물어줘야 하는 소송까지 당하면서 단속하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공무집행 중 소송에 휘말렸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사기가 저하된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얘기다.
이에 따라 해당 판결을 내린 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해당 청원인은 “경찰의 공권력에 대항할 경우 경찰은 반드시 이를 제압해야 한다”며 “필요한 정도로 제압할 정도로 힘을 쓰기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에 올라온 이 국민청원은 5일 만에 3만5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공무집행 중인 경찰들의 소송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경찰이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로 소송이 일어날 경우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하는 ‘경찰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5월 대표 발의한 상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소송 부담 하에서는 경찰관들이 위축돼 단속에서 도망가는 사람을 제지하기 쉽지 않다”며 “정당한 업무집행이라면 경찰관이 엮인 소송에 대해 배상 판결이 나온 경우에도 일부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문혜정)는 지난달 28일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4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2년 3월 A씨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도로에서 불법으로 끼어들기를 하다가 경찰관 B씨에게 적발됐다. A씨는 10분 이상 시간을 끌다가 B씨에게 면허증을 건넸다. 경찰관 B씨가 범칙금을 부과하려 하자 A씨는 면허증을 빼앗고자 B씨의 제복 주머니와 어깨 등을 붙잡았다. 그러자 B씨는 A씨를 제압하고자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당시 월소득 1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였던 A씨는 상해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구상권 청구되면 경찰관이 직접 배상금 내야 이 때 A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국가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경찰관 B씨가 당장 내야할 배상금은 없다. 하지만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집행 정도를 넘어선 중과실을 저질렀다고 인정될 경우 해당 경찰관에게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구상권이란 국가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 국가가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뒤 실제 불법행위를 저지른 공무원에게 배상금을 청구하는 권리다. 구상권이 청구되면 경찰관 B씨는 배상금 일부를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이처럼 경찰 조치로 인해 국가를 상대로 제기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연간 약 200여건에 달한다는 게 경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송에 휘말린 경찰관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충분치 않다는 게 일선 경찰들의 얘기다. 다만 공무집행 중 소송을 당한 경찰관은 각 지방경찰청의 경찰연합상조회 기금이나 경찰공제회의 법률구조지원금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해당 지원금은 ‘정당한 공무집행’을 수행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변호사 선임료 등의 소송 비용만 지원하는 수준이다. 나머지 배상금을 해결하는 것은 경찰관의 몫이다.
지난해 6월 경찰법률보험도 도입됐다. 이 보험은 '공무수행과 관련'된 사건으로 기존 지원책에 비해 보상 범위가 넓어졌지만 1인당 지원액 한도는 2000만원에 불과하다. 수억원의 배상금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 경찰관 B씨는 이마저도 지원 받기는 어렵다. 2013년 7월 이후 발생한 사건에 한해 해당 보험이 적용되지만 해당 사건은 이보다 앞선 2012년에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재판부 판결에 대해 항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무서워 적극적인 공무집행 어렵다”
교통 단속 등 현장 업무를 맡고 있는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업무 중 입힌 상해로 구상권이 청구돼 수억원을 물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공무집행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며 “수억원을 물어줘야 하는 소송까지 당하면서 단속하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공무집행 중 소송에 휘말렸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사기가 저하된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얘기다.
이에 따라 해당 판결을 내린 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해당 청원인은 “경찰의 공권력에 대항할 경우 경찰은 반드시 이를 제압해야 한다”며 “필요한 정도로 제압할 정도로 힘을 쓰기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에 올라온 이 국민청원은 5일 만에 3만5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공무집행 중인 경찰들의 소송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경찰이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로 소송이 일어날 경우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하는 ‘경찰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5월 대표 발의한 상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소송 부담 하에서는 경찰관들이 위축돼 단속에서 도망가는 사람을 제지하기 쉽지 않다”며 “정당한 업무집행이라면 경찰관이 엮인 소송에 대해 배상 판결이 나온 경우에도 일부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