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8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그랜드볼룸에 500명의 ‘왕훙’(중국인 인플루언서)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롯데면세점이 주관한 ‘라이브 페스티벌’에 참여해 인터넷 방송으로 K뷰티 제품 판매에 나섰다.

왕훙인 뚜위 씨(28)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브랜드 스킨케어 제품을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 올리자 두 시간 만에 시청자가 4만 명을 넘어섰다. 다른 왕훙은 코리아나의 ‘아쿠아 스파 아이스 토너’를 방송에 올린 지 한 시간 만에 1000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이 행사를 위해 롯데면세점은 방송 부스를 롯데호텔에 40개, 인접한 롯데면세점 스타라운지에 20개 설치했다. 부스는 오후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영했다.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린 중국의 시차를 고려해 방송시간을 맞췄다.

이들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직구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개인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다. 타오바오에선 방송을 시청하면서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이날 화장품 브랜드 ‘시크릿키’의 에센스와 마스크팩 방송을 한 왕슈어 씨(31)는 팔로어 94만4000명을 보유한 파워 인플루언서다. 그는 “한국 제품을 팔기 위해 여행 경비를 부담했다”고 말했다. 왕훙이 팔로어 수 확대 등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기꺼이 해외원정에 나선 사례다.

왕훙들은 이날 한 제품만 고집하지 않고 2~3시간 단위로 여러 브랜드의 부스를 옮겨다니며 방송을 진행했다. 국내 중소화장품 업체 대표와 왕훙들은 자연스럽게 명함을 교환하며 친분을 쌓았다.

여성청결제 브랜드 ‘아잔나’ 제품을 생산하는 휴웨이의 송광현 대표는 “중국으로 판로를 넓히기 위해 왕훙을 섭외해 방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