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하면서 1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지만 국내 증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주요국 증시와 다르게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지속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분기 상승 랠리를 이끌었던 외국인 매수세가 하반기 증시의 주요 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역休戰에도 코스피 부진…外人이 구세주?
탈동조화 흐름 강해져

코스피지수는 이날 0.88포인트(-0.04%) 내린 2129.74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45억원, 57억원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1535억원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품 수출 등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0.85%)와 SK하이닉스(0.72%) 등 대형 반도체주가 힘을 쓰지 못했다. 반면 미·중 무역갈등 완화 기대로 일본 닛케이225지수(2.1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22%), 대만 자취안지수(1.53%) 등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올랐다.

위축된 주식 거래량과 어두운 실적 전망 등이 탈동조화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이사는 “주식시장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대외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화웨이 제재에 대한 우려로 급락했던 중소형주 위주로만 반등하면서 이날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의 실적 회복이 더딜수록 국내 증시의 소외 현상은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수출 부진으로 인한 이익전망치 하향으로 국내 증시의 기대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다”며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 관점에서 보면 국내 증시가 다른 주요국 증시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外人 자금 유입 대비해야”

한국 증시 향방의 키를 잡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4거래일 연속 ‘사자’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지난달 20일 이후 639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시장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면 외국인의 자금 유입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6892억원 규모를 팔았던 외국인은 Fed 의장이 올초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작한 직후부터 사자로 돌아서 1~2월 두 달간 4조190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부진한 증시 흐름이 시작된 2분기 이후 외국인들이 지분 비중을 낮춰 놓은 종목 가운데 코스피 등 지수 내 비중이 크면서 실적 개선 추세가 뚜렷한 종목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염두에 둘 만하다”(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고 조언했다. “글로벌 인덱스펀드 자금이 투자 비중을 낮춰 놓은 종목에 먼저 흘러들어오면서 반등폭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가운데 1분기 말보다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진 종목은 휠라코리아(53.7%→53.4%) KT&G(52.5%→51.1%) 현대자동차(44.5%→44.2%) 한국콜마(41.3%→40.7%) 등이다.

김기만/송종현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