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 후 '행불', 다시 찾은 원본 확인…보존처리 후 시 박물관에 소장키로
김해 '만세운동 내방가사' 공공기록물 기증 1호 된다
"지금이라도 찾게 돼 정말 다행이다"
1일 오전 경남 김해시청 홍성옥 행정자치국장실에 김해 장유 만세운동 주동자 김승태 선생의 손자 김융일 씨, 이광희 시의원, 이홍숙 창원대 외래교수 등이 시청 기록물관리팀 관계자들과 마주 앉았다.

100년 전 만세운동 과정과 주동자인 아들이 투옥되고 고초를 겪는 과정을 선생의 모친 조순남 여사가 내방가사체로 기록한 희귀자료 '김승태만세운동가' 원본을 2005년 시에 기증한 후 행방이 묘연했다가 1년여 만에 찾은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원본 속 만세운동가엔 아들을 일제의 손에 보내야 했던 어머니의 애끓는 목소리는 그대로 들리는 듯했지만 100년을 견딘 한지는 손을 대기가 겁이 날 정도로 많이 상해 보존처리와 복원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행히 후손들이 사진으로 촬영한 복사본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일부 페이지엔 가장자리 부분이 없어지기도 했다.

김해 '만세운동 내방가사' 공공기록물 기증 1호 된다
참석자들은 지난해 4월께 원본을 기증받은 김해시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망도 하고 비난을 하면서 기다렸다가 막상 뒤늦게라도 다시 모습을 드러낸 원본을 앞에 놓고 모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30여 페이지에 이르는 만세운동가는 김해시 행정 대봉투에 들어있었고 겉엔 내용과 전혀 무관한 '문서의 변천 전시 자료'라고 써 놓았다.

기증할 당시엔 노란 봉투에 넣어 전달했는데 중간에 봉투가 바뀐 것을 두고 한 참석자는 "누군가 보긴 했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는 다시 찾은 원본 자료를 '공공기록물 기증 1호'로 정리해 기증서 발급 등 관련 절차를 다시 처리하기로 했다.

또 훼손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보존처리와 복원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후손 김융일 씨와 홍 국장 등 참석자들은 자료 보전처리를 진행하면서 문화재청을 통해 문화재 등록 절차를 밟고 시가 계획 중인 한글박물관 등 박물관에 소장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를 봤다.

김해 '만세운동 내방가사' 공공기록물 기증 1호 된다
한편 이날 2005년 기증 후 행방이 묘연했던 김승태만세가 원본은 최근 시청 본관 지하 제4기록보존실 철제 서가(모빌 랙)에서 발견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원본은 정식으로 분류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서가 위에 놓여 있었는데 봉투가 바뀐 데다가 봉투 표면엔 엉뚱한 제목이 적혀 있어 찾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 지하 기록보존실에 24시간 항온항습 시설이 가동된 것은 지난해 초부터였고 이전엔 주간에만 수동으로 항온항습을 유지하다 야간엔 사계절 온도나 습도 조절이 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