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불법 전단지 살포'…"대포폰이라 처벌 못해"
서울 시내 곳곳이 유흥업소 전단들로 뒤덮이고 있다. 유흥업소 전단이 거리 미관을 해치고,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어 실효성 있는 단속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에서 한 20대 남성이 허리에 찬 가방에서 전단 수십 장을 꺼내 도보 위에 흩날렸다. ‘호빠 항시대기’ 등의 문구가 적힌 전단이었다. 신림동 주민 정모씨(49)는 “주말에 가족과 외식하러 나왔다가 초등학생 아이가 전단에 적힌 ‘호빠’가 뭐냐고 물어봐 진땀을 뺐다”며 “주말마다 거리가 불법 광고물로 덮이는데 왜 이를 방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종 불법 전단도 등장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성매매를 암시하는 전단 총 14만 장을 제작·배포한 일당 8명을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이들은 서울 강북·노원·도봉·중랑·송파구 등 유흥가에 QR코드가 담긴 전단을 배포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조회하면 청소년들도 유흥업소 여성들의 이름, 사진, 키, 몸무게 등의 정보가 담긴 성매매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법 전단 제작·배포업자가 처벌받는 일은 드물다.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광고물을 길가에서 배포하는 행위는 옥외광고물법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광고물, 즉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광고에 한해서만 단속 권한이 있다. “성매매를 암시하는 광고물은 단속할 수 있지만 허가되지 않은 광고를 단속하는 건 권한 밖”이라는 게 민생사법경찰단의 설명이다.

불법 광고물 단속 권한이 있는 각 구청에서는 불법 전단 근절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특정 장소만 집중적으로 단속을 나가기엔 인력이 부족해 1주일에 한 번가량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속이 이뤄지기 어려운 심야 시간대를 이용하면 별다른 제재 없이 불법 전단 배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단속 인원이 불법 전단을 현장에서 적발해도 광고주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상당수 유흥업·대부업 전단은 업체명을 드러내지 않은 채 대포폰 연락처를 표시하고 있어서다. 한 구청 관계자는 “경찰 측에 수사 요청을 할 수 있지만 해당 번호 사용을 막는 것 외에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