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피스메이커"ㆍ"오늘 중심은 미국과 북한"…북미 정상에 주연 양보 북미와 치밀한 물밑 조율한 듯…7대통신사 인터뷰서 실무협상 촉구후 북미정상 합의 나와
"오늘 대화의 중심은 미국과 북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인공, 한반도의 피스메이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비무장지대(DMZ) 방문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이 공식화되며 사상 초유의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 가능성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추켜세우며 '주인공' 자리를 북미 정상에 기꺼이 넘기고 스스로는 '조연'을 자처했다.
이날 회동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월경' 때에도 문 대통령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대기하며 두 정상의 역사적 만남을 조용히 지켜봤다.
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 월북과 월남을 거쳐 자유의집 앞으로 이동한 후에야 문 대통령은 밝게 웃으며 밖으로 나와 사상 첫 남북미 정상 회동을 완성시켰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짧은 3자 만남 뒤에 다시 북미 정상이 양자 회동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줬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조연을 자처한 배경에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주춤하는 것으로 보였던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북미 정상의 대화를 제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의 53분간의 판문점 회담이 끝난 뒤 언론을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언급했다.
'북미 간 실무협상 돌입'이라는 이날 북미 회담의 결실이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한 단계 더 진전시켰다고 평가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조연'을 자처했음에도, 전격적인 남북미 정상회동 및 사실상의 3차 남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트윗 제안'이 김 위원장을 판문점으로 불러내긴 했으나,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징검다리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 김 위원장이 DMZ 회동에 응한 것 자체가 문 대통령에 대한 정상 간 신뢰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문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DMZ 내 식당에서 열린 주한미군 병사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G20에서 문 대통령께 '나는 비무장지대를 반드시 방문해야 되겠다'라고 얘기를 해서 여기에 왔다"며 이번 방문이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쳤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이 종료된 뒤 실무협상 합의 소식을 전하며 "대한민국 정부와도 접촉하고, 문 대통령과도 얘기하며 문제를 끌고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최근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미국의 실무협상 제의에 응하는 것 자체가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촉구했던 것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톱다운' 방식에 '바텀업'(실무자간 논의를 거쳐 정상이 최종 합의하는 방식) 논의를 병행하는 방안에 이날 북미 정상이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북미 양측의 친서 교환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상세히 정보를 공유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이번 판문점 회동을 앞두고 물밑에서 북미 양측과 긴밀한 조율을 거치며 촉진행보를 벌여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판문점 회동을 두고 "큰 고개를 넘었다"고 평가한 문 대통령은 향후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는 '촉진 행보'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북미 간 대화가 다시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는 만큼, 문 대통령 역사 북미 간 대화가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얘기다.
북미 간 실무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르기는 하지만 이번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4차 남북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남북 정상회담의 빠른 성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군사분계선까지 환송하면서 헤어지기 직전 포옹을 하는 등 서로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인 점을 감안할 때 4차 정상회담이 그리 멀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