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구매하기 위해 가격이 싼 캐나다를 찾는 미국인 '인슐린 관광단'이 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CTV에 따르면 인슐린을 사기 위한 미국인 단체 구매단 45명이 주말 기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비롯해 일리노이, 미시간주 등 미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미국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슐린 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약값이 싼 캐나다로 '구매 여행'을 오는 것이다.

인슐린을 사기 위해 캐나다를 찾는 미국인들은 지난 5월 미네소타주 주민 6명이 처음이었으나 이번에는 규모가 훨씬 늘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년 사이 인슐린 가격이 지속해서 올랐으며 2002~2013년에만 세 배나 폭등했다.

현재 인슐린 한 병값은 미국에서 미화 340달러(약 40만원) 선. 반면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미국 가격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인슐린은 지난 1923년 캐나다 내과 의사 프레드릭 그랜트 밴팅 박사가 처음 발견했다.

이 공적으로 노벨 의학상을 받은 밴팅 박사는 신약 기술을 상징적 액수인 1달러에 팔면서 환자들의 치료에 무상 개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미국인 구매단이 방문하는 곳도 당시 밴팅 박사가 일하던 연구소 소재지다.

구매단을 주도한 퀸 나이스트롬 씨는 미국의 인슐린 가격 실태에 대해 "미국에서 이 문제는 전염병이 번지는 것과 같은 위기"라며 "인슐린을 살 수 없어 환자들은 필사적이며 끝내 죽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가 이끄는 구매단은 이날 자동차로 미네소타주를 떠나 1천㎞를 달려 29일 캐나다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들의 여행길에는 10여 개 미국 매체도 동행하며 캐나다 현지에서 기자회견도 계획돼 있다.

20년간 당뇨병을 앓아 온 나이스트롬 씨는 처음 인슐린을 샀던 가격이 16달러였으나 지금은 340달러에 이른다고 실태를 전했다.

구매단으로 동행하는 45년 병력의 다른 환자는 한 달에 3병의 인슐린이 필요한 처지라며 미국에서 약값으로 한 병당 380달러가 들지만 캐나다에서는 40달러로 충분하다고 비교했다.

캐나다에서 인슐린 가격이 이처럼 싼 이유는 신약가격관리위원회가 약값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준(準)사법기관으로 특허 약제 가격의 폭등을 공공적 기준으로 관리, 시장 일변도로 가격이 결정되는 미국과 다르다.

캐나다 약사협회 관계자는 미국 환자들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캐나다 제약 수급 시장에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美당뇨병 환자들, 인슐린 가격 싼 캐나다로 '구매여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