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차장 "국가 위해 일했다…재직 시 일로 단죄대상 돼 서글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에게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차장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국정원의 위법 행위에 가담해 국가 재산을 함부로 사용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박 전 차장은 국세청 국제조세 관리관으로 근무하던 2010년∼2012년 초 이현동 당시 국세청 차장·청장의 지시를 받고 국정원의 김 전 대통령 해외 비자금 의혹 뒷조사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외 정보원에게서 정보를 캐내기 위해 대북 공작에 써야 할 국정원 자금을 낭비한 혐의(특가법상 국고손실)다.

검찰은 "국정원이 특정 정치인의 비리 정보 수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건 우리나라의 역사나 사회적 경험이 있는 일반인이면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피고인도 이 일이 국정원 업무 범위 밖이란 걸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의 담당 업무는 역외 탈세, 즉 국고가 부당하게 외국으로 흘러나가는 걸 막는 일이었다"며 "어떤 루트로 정보를 얻었든 공무원으로서 그에 대해 조사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오히려 그런 업무를 방기하는 건 범죄에 해당하는 직무유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차장도 "제 본연의 업무와의 관련성이 높아 정치적 의구심은 들지 않았다"며 "국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적지 않은 세월을 일했는데 또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재직 시의 일이 범죄로 규정되고 단죄받아야 하는 대상이 돼 황망하고 서글프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기록이 방대하고 살펴볼 내용이 많다며 선고 기일은 넉넉히 8월 16일로 잡았다.

박 전 차장에게 국정원 협조를 지시한 이현동 전 국세청장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8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 전 청장이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정치적 의도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두 사람 사이의 공모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