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비상] ① 한달째 계속되는 적수…구멍 뚫린 상수도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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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적합, 마셔도 된다"… 안일한 초기대응으로 주민 피해 확대
매뉴얼 무시한 무리한 공정·뒷북 대응 '붉은 수돗물' 사태 키워
[※ 편집자 주 = 5월 30일 시작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 한 달을 맞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매뉴얼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수돗물 공급 경로를 바꾸다가 빚어진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국의 안일하고 부실한 대응으로 주민 피해는 한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원정 빨래'를 가고, 피부병 걱정에 샤워도 생수로 하고 있습니다.
각급 학교도 생수를 구매하고 급수차를 동원하며 간신히 급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의 발생 원인과 여파, 주민 피해 상황, 전문가 제언을 짚어보는 3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 지난달 30일 발생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완전 정상화 시점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오히려 서울 문래동, 경기 안산시에서도 붉은 수돗물 발생 신고가 잇따르는 등 먹는 물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확대하는 양상이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달 30일 오후 1시 30분 서구 검암·백석·당하동 지역에서 시작했다.
수도관에서 붉은 물이 나오자 주민들은 설거지나 샤워를 제때 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고 학교들은 급식을 중단한 채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를 제공했다.
지역 일대가 혼란에 빠졌지만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검사 결과 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피해 가정에서 샤워기 등 필터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호소하자 온수를 섞어 쓸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질 개선은커녕 날이 갈수록 오염된 적수가 더 심해지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점점 커졌다.
결국 적수 피해 가구가 8천500가구로 늘어나며 민원이 빗발치자 인천시는 사태 발생 5일 만에 뒤늦게 초기대응이 주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지난 4일 "수질검사 결과 적합 판정이 나왔다 해도 누구든 붉은 물을 보면 안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번 사태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매뉴얼을 무시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무리한 공정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환경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중간조사결과를 보면 인천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풍납취수장·성산가압장이 전기점검으로 가동을 중단하게 되자 인천시는 급수경로를 바꾸는 수계전환을 통해 수산정수장에서 역방향으로 수돗물을 공급했다.
국가건설기준 상수도공사 표준시방서 매뉴얼에 따르면 역방향 수계전환 땐 관의 흔들림과 물 충격 부하 등을 고려, 정방향 수계전환보다 더욱 유의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중간중간 이물질 발생 여부를 확인한 후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가야 한다.
그러나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통상 10시간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는 수계전환 준비를 10분 만에 마친 뒤 밸브를 개방해 버렸다.
이 때문에 유량이 시간당 1천700㎥에서 3천500㎥로 늘고 유속은 1초당 0.33m에서 0.68m로 배 이상 빨라졌다.
갑작스럽게 유량이 늘고 수압이 강해지다 보니 관로 내벽에 부착된 물때가 관 바닥 침적물과 함께 인천 서구 지역의 수돗물에 섞여 쏟아져 나왔다.
인천시는 공촌정수장의 탁도계가 고장 난 사실도 사태 발생 15일째인 지난 13일에서야 확인했다.
수계전환 때 이물질이 포함된 물이 공촌정수장 정수지에 유입됐지만 탁도계 고장으로 이런 사실조차 뒤늦게 파악했다.
맑은 물로 걸러 보내줘야 할 정수장이 오히려 사태 발생 초기 2주간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한 탓에 사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를 두고 "담당 공무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건지 문제의식 없이 수계전환을 했다"며 "그에 따라 발생할 여러 문제점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도 무리했다.
거의 100% 인재"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대응도 기민하게 이뤄지진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한국환경공단·수자원공사 등으로 구성된 정부 원인 조사반은 사태 발생 8일 뒤인 이달 7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또 환경부는 중간조사결과 발표 당시 6월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화된 물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날 현재까지도 어느 지역이 정상을 되찾은 것인지 공개적으로 발표를 못 하고 있다.
아직도 지역 맘카페에는 수도관에 설치한 필터가 쉽게 갈색으로 변하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글과 사진들이 잇따르고 있다.
당국의 안일하고 부실한 대응 탓에 수백억원대 보상비는 혈세로 메워야 하는 실정이다.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 기간 주민과 상인들의 생수 구매 비용, 피부질환·복통 등 진료비, 저수조 청소비, 필터 교체비 등을 실비로 보상할 예정이다.
인천시와 환경부는 29일까지 관로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는 이토 작업과 정수지·배수지 청소 등을 완료하고 전반적인 수질 개선 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인천시 공직사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와 혁신 의지를 다지고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상하수도 위기 대응 매뉴얼을 포함해 상하수도 혁신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매뉴얼 무시한 무리한 공정·뒷북 대응 '붉은 수돗물' 사태 키워
[※ 편집자 주 = 5월 30일 시작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 한 달을 맞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매뉴얼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수돗물 공급 경로를 바꾸다가 빚어진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국의 안일하고 부실한 대응으로 주민 피해는 한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원정 빨래'를 가고, 피부병 걱정에 샤워도 생수로 하고 있습니다.
각급 학교도 생수를 구매하고 급수차를 동원하며 간신히 급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의 발생 원인과 여파, 주민 피해 상황, 전문가 제언을 짚어보는 3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 지난달 30일 발생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완전 정상화 시점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오히려 서울 문래동, 경기 안산시에서도 붉은 수돗물 발생 신고가 잇따르는 등 먹는 물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확대하는 양상이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달 30일 오후 1시 30분 서구 검암·백석·당하동 지역에서 시작했다.
수도관에서 붉은 물이 나오자 주민들은 설거지나 샤워를 제때 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고 학교들은 급식을 중단한 채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를 제공했다.
지역 일대가 혼란에 빠졌지만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검사 결과 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피해 가정에서 샤워기 등 필터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호소하자 온수를 섞어 쓸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질 개선은커녕 날이 갈수록 오염된 적수가 더 심해지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점점 커졌다.
결국 적수 피해 가구가 8천500가구로 늘어나며 민원이 빗발치자 인천시는 사태 발생 5일 만에 뒤늦게 초기대응이 주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지난 4일 "수질검사 결과 적합 판정이 나왔다 해도 누구든 붉은 물을 보면 안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번 사태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매뉴얼을 무시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무리한 공정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환경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중간조사결과를 보면 인천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풍납취수장·성산가압장이 전기점검으로 가동을 중단하게 되자 인천시는 급수경로를 바꾸는 수계전환을 통해 수산정수장에서 역방향으로 수돗물을 공급했다.
국가건설기준 상수도공사 표준시방서 매뉴얼에 따르면 역방향 수계전환 땐 관의 흔들림과 물 충격 부하 등을 고려, 정방향 수계전환보다 더욱 유의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중간중간 이물질 발생 여부를 확인한 후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가야 한다.
그러나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통상 10시간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는 수계전환 준비를 10분 만에 마친 뒤 밸브를 개방해 버렸다.
이 때문에 유량이 시간당 1천700㎥에서 3천500㎥로 늘고 유속은 1초당 0.33m에서 0.68m로 배 이상 빨라졌다.
갑작스럽게 유량이 늘고 수압이 강해지다 보니 관로 내벽에 부착된 물때가 관 바닥 침적물과 함께 인천 서구 지역의 수돗물에 섞여 쏟아져 나왔다.
인천시는 공촌정수장의 탁도계가 고장 난 사실도 사태 발생 15일째인 지난 13일에서야 확인했다.
수계전환 때 이물질이 포함된 물이 공촌정수장 정수지에 유입됐지만 탁도계 고장으로 이런 사실조차 뒤늦게 파악했다.
맑은 물로 걸러 보내줘야 할 정수장이 오히려 사태 발생 초기 2주간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한 탓에 사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를 두고 "담당 공무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건지 문제의식 없이 수계전환을 했다"며 "그에 따라 발생할 여러 문제점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도 무리했다.
거의 100% 인재"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대응도 기민하게 이뤄지진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한국환경공단·수자원공사 등으로 구성된 정부 원인 조사반은 사태 발생 8일 뒤인 이달 7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또 환경부는 중간조사결과 발표 당시 6월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화된 물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날 현재까지도 어느 지역이 정상을 되찾은 것인지 공개적으로 발표를 못 하고 있다.
아직도 지역 맘카페에는 수도관에 설치한 필터가 쉽게 갈색으로 변하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글과 사진들이 잇따르고 있다.
당국의 안일하고 부실한 대응 탓에 수백억원대 보상비는 혈세로 메워야 하는 실정이다.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 기간 주민과 상인들의 생수 구매 비용, 피부질환·복통 등 진료비, 저수조 청소비, 필터 교체비 등을 실비로 보상할 예정이다.
인천시와 환경부는 29일까지 관로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는 이토 작업과 정수지·배수지 청소 등을 완료하고 전반적인 수질 개선 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인천시 공직사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와 혁신 의지를 다지고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상하수도 위기 대응 매뉴얼을 포함해 상하수도 혁신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