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대거 뛰어들면서 선거 지형에 가시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선에 뛰어든 민주당의 후보 25명 가운데 여성은 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 후보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경선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지고 있다.

럿거스 대학 이글턴 연구소의 켈리 디트마 연구원은 이들이 여성의 시각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선거 이슈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 우선 순위나 전반적 의제를 결정함으로써 논의를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첫 여성 검사와 캘리포니아주의 첫 여성 법무장관에 오른 카말라 해리스 후보는 남녀 임금 격차를 좁히고 교사들의 급여를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정책 제안을 내놓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홀어머니로서 가사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로스쿨에도 다녀야 했던 시절을 자주 거론하고 있다.

그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육아시설을 늘리자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한편 두 아이의 어머니인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제한적인 낙태법과 성추행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성 후보 넘치는 미 민주당…대선경선 지형 바꾼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대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여성 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덕분에 공화당으로부터 하원을 탈환할 수 있었다.

여성 유권자는 민주당 경선에서도 강력한 표밭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들에도 여성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반영되고 있다.

남성 후보인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지난 5월 출산 지원 개선대책을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워런과 해리스, 질리브랜드 후보는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여성의 정치와 예술 분야 참여를 지원하는 민간단체 바버라 리 가족재단은 6명의 여성 후보들이 금주에 열리는 첫 공식 예비선거토론회에 참여한 점을 강조했다.

종전의 민주당 예비선거 토론회에 참여한 여성들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는 지적이다.

이 재단을 설립한 바버라 리는 NBC방송에 출연해 이번 토론회가 남녀 임금 격차, 육아 개선, 의료혜택의 인종 차별과 같은 이슈에 역점을 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지난 주말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는 낙태를 지지하는 가족계획 단체 플랜드 페어런트후드 액션 펀드가 주최하는 포럼이 열렸다.

20명의 민주당 후보들이 얼굴을 내민 일종의 비공식 예비선거 토론회였다.

이 자리에서 워런 상원 의원은 여죄수의 의료와 피임에 대한 개선 대책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코리 부커 후보와 공동으로 법안을 발의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워런 의원은 이 법안이 공화당에 장악된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은 없지만 사안에 대한 관심을 끌어냈고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교도소들이 월경기 여성에게 적절한 위생용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토론회를 지켜본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의 여성 회원 잰 스틴센 어번(69)은 여성 후보들이 대거 등장함으로써 선거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부각시켰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