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회의 "러, 8월 2일까지 INF 준수 안하면 모든 책임져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새로 개발해 배치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능력을 증대하기 위한 일련의 정치·군사적 조치에 합의했다.

유럽과 북미지역 안보를 책임진 나토는 이날 브뤼셀에서 29개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이 밝혔다.

나토는 회의에서 러시아가 최근 지상 발사용 크루즈미사일인 9M729(나토명 SSC-8)를 개발·실전 배치해 지난 1987년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나토, 러의 새 미사일 대응하기 위한 정치·군사적 조치 합의(종합)
그러면서 러시아가 오는 8월 2일까지 9M729 미사일을 철수하지 않으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나토의 공중 및 미사일 방어, 첩보 및 감시프로그램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직 기회의 창문은 있다.

시간이 다 돼가고 있지만, 러시아가 INF 조약을 살리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러시아의 INF 조약 준수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러시아가 9M729 미사일을 개발·배치함으로써 INF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INF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INF 조약 탈퇴 선언은 오는 8월 2일부터 효력을 갖게 된다.

나토, 러의 새 미사일 대응하기 위한 정치·군사적 조치 합의(종합)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오는 8월 2일까지 INF 조약준수로 돌아오지 않으면 INF 조약 폐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내주에 러시아와 '나토-러시아위원회'를 열고 러시아에 INF 조약 준수를 마지막으로 호소할 방침이다.

하지만 그동안 러시아는 INF를 위반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미국이 INF 조약을 탈퇴하면 러시아도 탈퇴하겠다고 밝혀왔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물러설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에 있는 나토 회원국들은 폐기 위기에 놓인 INF 조약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날 회의에서 이런 노력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대책을 강구하기로 합의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우리는 정치적·군사적 조치, 군사훈련, 미사일 방어시스템, 재래식 및 다른 방식의 대책 등 광범위한 조치에 대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떤 것은 장기적이고, 다른 것은 단시일 내에 이행이 가능하거나 더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는 러시아의 9M729 크루즈미사일은 이동하는 포대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탐지가 어렵고, 핵탄두를 장착해 수 분 내에 전 유럽의 주요 도시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9M729 미사일을 포기할 어떤 조짐도 없고 그 반대로 이를 계속해서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토는 27일 이틀째 국방장관회의를 열고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지난 24일 공식 임명된 뒤 처음 외국 방문에 나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대행은 회의에서 중동 사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회원국들의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대행은 26일 오후 첫째 날 나토 국방장관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과 면담했다.

나토, 러의 새 미사일 대응하기 위한 정치·군사적 조치 합의(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