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처럼 모든 업종에 똑같이 적용하기로 결의했다. 최저임금 결정 단위도 종전처럼 시급과 월 환산액을 동시에 병기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을 요구하던 사용자위원들은 이에 반발해 전원회의에서 중도 퇴장했다.

최저임금위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사업 종류별 구분’(업종별 차등)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이날 근로자위원(9명)과 사용자위원(9명), 공익위원(9명) 등 27명이 회의에 참석했고 이 안건에 대해 표결한 결과 찬성 10명, 반대 17명으로 집계됐다. 업종별 차등 안건과 같이 올라온 ‘최저임금 결정단위’(최저임금의 월 환산액 병기) 안건은 찬성 16명, 반대 11명으로 통과됐다.

최저임금위가 주요 안건을 의결하려면 재적위원(27명)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으로 구성된 위원회 특성을 고려할 때 공익위원 표심이 의결 향방을 좌우하는 구조다.

이에 반발한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퇴장하며 “27일 열리는 제6차 전원회의에도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는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이 약 30% 치솟은 만큼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 최저임금 인상에 취약한 업종만큼은 최저임금을 더 낮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용자위원들은 공동성명서에서 “(최저임금위가) 관행을 내세워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향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주축이자 최저임금 당사자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급능력을 감안해 가장 어려운 업종을 중심으로 2020년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시급과 월 환산액을 병기하는 안건에도 줄곧 반대했다. 시급과 월 환산액을 함께 고시하면 월급으로 따진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당연히 포함하도록 하는 효과가 생겨서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다양한 고용 형태가 확산되고 근로시간과 임금 지급 방식이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월 환산액 병기는 산업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호소했다.

일부 사용자위원은 공익위원을 향해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최저임금위가 시대에 발맞춰 논의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고, 공익위원들도 객관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도 제출하지 못했다. 법정 기한인 27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시한을 넘기는 게 불가피해졌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회의를 계속하면서 사용자위원 복귀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