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시장에서 울리는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 수출총액 증가율이 3년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디스플레이, 화학제품 등 반도체와 함께 우리 경제를 지탱한 주력 수출 제품 등의 가격이 줄줄이 떨어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9년 5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금액지수는 110.06으로 1년 전 같은 달(123.24)과 비교해 10.7% 하락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수출금액지수 하락률은 2016년 4월(-13.4%) 후 가장 컸다. 수출금액지수는 기준 시점인 2015년 수출총액을 100으로 놓고 수출총액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산출한 지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업종 수출총액이 전년 동월 대비 25% 급감해 전체 수출금액을 끌어내렸다. 디스플레이 업종만 떼어놓고 보면 전년 동월 대비 46.1% 줄었다. 제품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렸고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금액지수도 28.6% 줄었다. 반도체의 이 같은 하락률은 2009년 3월(-38.3%) 후 10년2개월 만에 가장 컸다.
화학 업종 수출금액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10.7%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과 합성수지 가격이 지난달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출금액에서 물가 요인을 제외해 산출하는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 하락했다. 이 지수는 작년 12월(-1.3%)부터 올 3월(-3.3%)까지 떨어지다가 4월(2.2%) 반짝 반등한 뒤 지난달 다시 하락했다. 디스플레이 등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의 수출물량지수가 9.8% 하락한 영향이 컸다.
교역 조건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90.76으로 전년 동월 대비 5.9% 하락했다. 2017년 12월부터 1년6개월 연속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12월부터 2012년 6월까지 31개월 연속 내려간 뒤 최장 기간 하락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1단위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 양을 뜻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이 줄면서 이들 공장이 몰려 있는 수도권과 충청권 지역의 올 2분기 수출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한은이 이날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2019년 6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수출액(명목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2% 줄었고, 4월에도 7.6% 감소했다. 충청권 수출액도 5월과 4월에 각각 15.5%, 0.7%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감소하면서 수도권과 충청권 수출금액이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며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는 한편 글로벌 무역분쟁 여파로 석유화학 제품 수출도 줄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