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에 금리 인하 압박하려는 트럼프 의중 반영된 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꼽히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가 "백악관으로부터 연준 이사직을 제안받았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불러드 총재는 연준에서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투표권을 갖고 참여하는 멤버지만, 연준 이사는 임기 내 상시 투표권을 갖고 있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비둘기파' 美연은총재 "백악관에서 연준 이사 제의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불러드 총재가 25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상세한 시점은 밝히지 않은 채 최근 수개월 전 백악관 관계자들이 연준 이사로 재직할 가능성을 놓고 자신에게 접근해왔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 논의가 본질적으로 탐색의 성격이 짙었다면서 백악관 관리들에게 자신은 현재의 자리에 만족하며 현재 금리를 결정하는 위원회(FOMC)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불러드 총재는 "이 사안이 더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그들이 논의를 더 진전시키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종류의 사안에는 채널도 많고 추측도 많기 때문에 이런 게 특별한 일은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불러드 총재는 연준 내에서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18∼19일 열린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며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연준에서는 이사 7명 중 2명이 퇴임해 현재 공석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와 기업인 출신 경제학자 허먼 케인을 연준 이사로 선임하려 했으나 자격 미달 논란이 일면서 무산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 5명의 연준 이사 중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4명을 자신이 임명했지만 지난해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하면서 파월 의장을 비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다른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상황에서 "그들(연준)은 고집 센 아이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연준의 FOMC는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연준 이사 7명과 뉴욕 연은 총재가 고정적으로 8표를 행사하고 나머지 11명의 지역 연은 총재 중 4명이 1년씩 돌아가며 투표권을 갖는다.

올해는 연은 총재 중 제임스 불러드(세인트루이스), 찰스 에번스(시카고), 에릭 로젠그렌(보스턴), 에스더 조지(캔자스시티) 등 4명이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중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불러드 총재를 제외하면 나머지 3명은 대체로 매파(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