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맛’이 중요한 시대다. 깨끗하고 건강한 물맛을 결정하는 건 정수기 필터다. 국가와 지역, 주력 산업에 따라 수질 환경이 다르다. 축산업이 활발한 곳은 물속 농약성분이나 유기물 오염도가 높다. 맞춤형 필터가 중요한 이유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생활가전업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시설을 갖췄다. 1993년 설립된 환경기술연구소는 전 세계 물 관련 자료를 빅데이터화해 제품 개발로 연결시키고 있다. 독보적인 정수기 필터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인의 물맛을 책임지겠다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 있는 웅진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물 분석 실험을 하고 있다.  /웅진코웨이 제공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 있는 웅진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물 분석 실험을 하고 있다. /웅진코웨이 제공
정수기의 심장 ‘필터’의 과학

25일 찾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 내 웅진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 1층 분석실에선 전 세계에서 채취한 다양한 원수(原水)에 함유된 중금속과 미네랄 등의 분석 실험이 한창이었다. 물속 혼합물을 분해하는 가스크로마토그래피 등 이곳에서 보유한 최첨단 분석장비 및 측정기는 총 56대로, 50억원 규모다. 실험에 몰두하고 있던 김성환 책임연구원은 “국내 렌털업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다”며 “환경부 등 다양한 곳에서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웅진코웨이는 연구소에서 정수기 필터를 직접 개발한다. 지난해 선보인 ‘시루직수 정수기’는 탱크형과 직수형 정수기 장점을 결합한 국내 최초 제품이다. RO 멤브레인(역삼투 분리막) 필터인 ‘시루’를 사용하면서도 정수 속도를 높여 저수조(물탱크)를 없앴다. 세계적인 화학 업체 도레이와 공동 개발한 제품으로, 기존 필터보다 면적은 6배, 정수량은 30배 늘린 필터다. 개발을 진두지휘한 한두원 수석연구원은 “머리카락 수만분의 1 정도의 이온물질까지 제거하는 소재를 활용했다”며 “혁신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생활가전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빅데이터로 만든 맞춤형 필터…최고 물맛 찾는다"
‘물맛지수’ 내놓고 세계 시장 공략

환경기술연구소는 2008년부터 세계 41개국, 2258개의 수질 데이터를 분석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1월 연구소 산하 ‘물맛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워터 소믈리에(물맛 감별사)’ 28명을 비롯해 미국수질협회(WQA) 공인 물 전문가 등 총 45명이 소속돼 있다. 물맛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수질 요소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풀어내고 이를 제품 개발로 연결시키고 있다. 이선용 연구소장은 “그동안 축적한 물 관련 빅데이터를 수치화한 ‘물맛지수’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질 연구는 해외 시장 개척의 든든한 우군이다. 웅진코웨이가 말레이시아 정수기 시장 1위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말레이시아 수질을 분석한 뒤 맞춤형 필터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물속에 입자성 물질이 많아 혼탁도가 높다. 하반기에는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을 세운 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웅진코웨이는 이달 말까지 웅진그룹의 렌털사업 조직 인수합병(M&A) 작업을 마무리한다.

이해선 웅진코웨이 대표는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소비자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업의 본질에 충실한 체인지메이커(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혁신가) 자세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