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24일 대법원 판사(대법관)의 은퇴연령을 하향 조정한 폴란드 사법개혁이 'EU법에 반하고 사법 독립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폴란드 집권 법과정의당은 지난 2017년 법원에 대한 정치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사법제도 개혁에 나서 대법관의 정년을 70세에서 65세로 낮추는 것을 추진해 왔으나 국내외로부터 법치 상실 우려가 제기되면서 EU와 갈등을 빚어왔다.

대법관의 정년을 65세로 낮출 경우 현 대법원장을 포함, 전체 대법원 판사 3분의1이 조기 퇴진해야하며 정년 연장을 신청할 수 있으나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이른바 '전국사법평의회'가 천거하는 인물을 대법관에 선임할 수 있으며 사법평의회 역시 집권당의 영향 아래에 놓여있어 사실상 집권당이 원하는 인물을 대법관에 선출할 수 있다.

폴란드 법조계는 정부의 사법개혁을 법원의 독립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 강력히 반발해왔으며 EU 집행위원회도 ECJ에 폴란드 정부를 제소했다.

폴란드 정부는 국내외 반발에 당초의 방침에서 후퇴, 지난해 대법관의 복귀를 허용했으나 EU 집행위는 폴란드 사법개혁에 대한 ECJ의 공식 판결을 얻어내기 위해 소송을 고수했다.

ECJ "폴란드 사법개혁 EU법 위반" 공식 판결
유로 뉴스 등 유럽언론에 따르면 ECJ는 이날 판결에서 '외부로부터 모든 간섭과 압력으로부터 판사의 자유는 필수적이며 판사의 임기는 합법적이고 타당한 근거 위에서만 단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CJ는 폴란드 대통령이 판사 임기 연장을 좌우할 수 있고, 임기 단축으로 전체 대법원 판사 3분의 1이 영향을 받으며, 여기에는 6년 임기가 헌법에 의해 보장된 말고르자타 게르즈도르프 대법원장도 포함되고 있음을 언급했다.

ECJ는 이러한 변화는 사법개혁의 진정한 목적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케 할 뿐 아니라 폴란드가 지향하고 있는 목적의 달성에 적합하지도, 비례적이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대법원 판사의 정년을 낮추는 것은 합법적 목적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으며 법원 독립의 핵심인 법관의 면직 불가 원칙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란드 법관협회는 이날 ECJ의 판결에 환영을 나타내고 법관들이 법과정의당에 맞서 법치를 수호하기 위해 투쟁한 것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