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는 전기자동차 분야 강소기업이다. ‘전기차 전도사’로 불리는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60)은 “미국 테슬라를 뛰어넘는 미래 전기차 브랜드가 되기 위해 사명에 에디슨(미국 발명가)을 넣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방송사 프로듀서(PD)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산업폐기물 소각업체로 성공한 그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부상한 전기차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 회장은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던 시대에서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20년 전부터 친환경 압축천연가스(CNG)버스와 전기버스 개발 등으로 기술을 축적한 만큼 전기차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늘어난 전기버스 계약 물량 등에 힘입어 손익분기점(800억원)을 넘어선 17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전기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전기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타 PD의 사업가 변신

그는 1990년대 지상파 방송의 시사프로그램 PD로 활약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연예가중계’ 등이 그가 맡았던 프로그램이다. 그는 “시청자가 궁금한 게 뭔지를 생각해 보니 취재 아이템이 끊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강 회장은 ‘오지랖이 넓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관심 분야도 많다. PD로 승승장구해도 잠재된 사업가 기질을 숨길 수가 없었다고 한다. 30대 마지막 해인 1997년 “지금이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표를 냈다. 사업 초기엔 외주제작사(CAA)를 차렸다. ‘TV 특종 놀라운 세상’을 이때 만들었다.

2003년 산업폐기물 소각업체인 ES청원과 EST를 설립했다. 이후 재활용 바람이 불어 연평균 20%를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성공을 기반으로 새롭게 도전한 게 전기차 분야다.

에디슨모터스는 1998년 탄소 소재 관련 신소재업체 한국화이바의 친환경사업부로 출발했다. CNG저상버스(프리머스)와 전기저상버스(e화이버드) 등을 생산하다가 2015년 10월 중국 타이치그룹에 넘어갔다. 강 회장은 ES청원·EST를 미국 투자 파트너사(앵커에쿼티)에 매각한 뒤 그 돈(약 1억달러)으로 TGM(현 에디슨모터스)을 사들였다. 당시 지인들은 “왜 사서 고생하느냐”며 뜯어말렸다고 한다. 강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로 만들고 싶었고, 확신도 섰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새만금에 전기차 집적단지 세우면 중국산과 가격 경쟁 해볼만"
“축적한 기술로 중국 차와 가격 경쟁”

인수 후 지난 2년간 고전했다. 인수 첫해인 2017년 36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29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올해는 반등 기대가 크다. 회사 손익분기점(8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1700억원이 매출 목표다. 강 회장은 “수원여객과 전기버스 100대(대당 4억원)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올해 전기버스 250대와 CNG버스 200대를 공급할 예정”이라며 “오는 10월께 선보이는 1t짜리 전기트럭도 기대가 크다”고 했다.

에디슨모터스는 경남 함양에 차체 생산라인과 조립라인을 갖춘 공장(대지 10만㎡)이 있다. 연간 2500대(24시간 기준)의 버스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복합소재 차체공장은 탄소섬유 소재 생산시설을 갖췄다. 이곳에서 차체가 탄소섬유인 12m 대형 버스 두 대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경쟁력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구동모터, 전자제어장치, 배터리팩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생산기술원과 공동으로 기능이 향상된 모터 시제품을 선보였다”며 “자회사인 에디슨테크를 설립해 배터리 셀과 모듈 상태를 자체 진단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스마트 배터리보호회로(BMS)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는 내년 상반기 전기승용차(스마트 S),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내놓고 하반기 중대형 전기트럭, 전기 레저용차량(RV)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누적된 기술력과 원가 절감 노력으로 중국 전기버스와의 가격 차이를 5% 이내로 좁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새만금에 전기차 집적단지 세우면 중국산과 가격 경쟁 해볼만"
“새만금에 전기차 집적단지 조성”

강 회장은 대규모 전기차 집적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통해 위기에 처한 중소 부품업체들과 상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면 부품이 3만 개에서 1만8000여 개로 줄어들지만 글로벌 부품업체가 생산하는 엔진과 미션이 모터와 배터리로 교체되고 나머지 중소기업 부품은 모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전북 군산시 일대 새만금을 전기차 집적단지 후보로 꼽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대창모터스 등 중소기업 30여 곳이 전라북도, 군산시 등과 ‘새만금 지역 상생형 일자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새만금 지역에 연산 50만 대 규모의 완성차 생산라인이 들어서면 3년 내 직·간접적으로 5만 명, 10년 뒤 10만 명을 고용할 수 있다”며 “친환경 전기차 생산공장 설립은 정부가 추진하는 새만금의 태양광·풍력 클러스터 및 새만금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 정책과 맞물려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