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을 공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운 대표적인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협소한 내수시장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대부분 기업은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다. 그 결과 나스닥 상장사 수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국가로 성장했다. 엑시트의 80%가량은 M&A를 통해 이뤄진다. 이 중 상당수가 해외 기업에 팔린다.
국내는 해외 매각을 꺼리는 분위기가 아직도 팽배하다. 1998년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회사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려고 하자 ‘매국노’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아래아 한글’을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말 벤처업계를 위한 일이었는지는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스라엘 메신저 프로그램 ICQ 창업자가 아메리카온라인(AOL)에 회사를 매각한 뒤 자국 벤처산업에 투자해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처럼 이 전 대표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해외 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국내 중견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상현 무역협회 스타트업글로벌지원실장은 “단순히 수출만 국익에 기여한다는 폐쇄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