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보고관 진상규명 권고·美의회 무기판매 저지 결의에도 '마이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조사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카슈끄지 추가조사 일축…사우디에 무기판매 재확인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NBC방송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유엔(UN) 특별보고관이 지난 19일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사우디 고위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사회에 진상조사를 촉구한 후인 지난 21일 녹화됐다.

또 20일 미국 상원에서는 친(親) 트럼프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 등을 비롯해 공화당 내에서 반란표가 발생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사우디로의 무기 수출 저지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상원의 결의안 처리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 내전에서의 민간인 사상 우려와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분노가 영향을 미친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 무기 판매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조사하도록 지시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 사건이 중하게 조사됐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아주 많은 다른 보고서도 봐 왔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또 중동은 잔인하고 적대적인 지역이며, 이 지역의 이란과 다른 국가들 역시 사우디가 관여한 것으로 비난받는 유형의 행위에 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보고서 제출 다음 날인 20일 빈 살만 왕세자와 대화를 했지만 카슈끄지 피살 사건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사업적, 전략적 관계에 집중하겠다면서 "사우디가 이 지역(중동)에서 이란과 대리군의 악의적 행위에 대항하는 방어벽으로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사우디와 거래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바보가 아니다"라며 "그들의 돈을 취하라"라고 두 차례나 말한 뒤 "우리는 사우디를 보호할 것이다.

사우디는 우리를 위해 4천억 달러 가치가 있는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매우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가 1천500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 장비를 구입하고 있다"며 "사우디는 미국 제품의 거대한 바이어다.

그것이 내게는 중요하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앞서 미 중앙정보국(CIA)은 카슈끄지가 피살된 다음 달인 작년 11월 빈 살만 왕세자가 살인을 지시했다고 결론 내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도 이란 대처에 필요한 전략적 이유, 사우디의 대규모 대미 투자 등을 이유로 사우디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