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퀸’ 최혜진 파이팅!”

23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 최종 4라운드 경기가 열린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497야드). 최혜진(20)이 1번홀(파5)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자 50여 명의 팬클럽 회원이 손에 쥔 플래카드를 흔들며 외쳐댔다. 이에 질세라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는 박교린(20)과 이기쁨(25) 팬들도 티잉그라운드에 선 두 선수에게 “파이팅” “잘하자” 등 응원을 쏟아냈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 최종 4라운드는 갤러리가 갤러리를 구경하는 대회가 됐다. 코스 전체를 가득 메운 구름 갤러리 때문이다. 23일 18번홀(파5) 그린 주변을 둘러싼 수백 명의 갤러리가 한상희(왼쪽 맨 앞)와 김예진(가운데)을 비롯한 챔피언조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20일 개막한 이 대회는 포천힐스CC에서 처음 열렸음에도 나흘간 2만여 명에 달하는 갤러리가 다녀갔다. /포천힐스CC=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 최종 4라운드는 갤러리가 갤러리를 구경하는 대회가 됐다. 코스 전체를 가득 메운 구름 갤러리 때문이다. 23일 18번홀(파5) 그린 주변을 둘러싼 수백 명의 갤러리가 한상희(왼쪽 맨 앞)와 김예진(가운데)을 비롯한 챔피언조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20일 개막한 이 대회는 포천힐스CC에서 처음 열렸음에도 나흘간 2만여 명에 달하는 갤러리가 다녀갔다. /포천힐스CC=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딱 거기까지였다. 가장 먼저 티샷을 하는 최혜진이 어드레스를 준비하자 1번홀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한 꼬마 갤러리가 입을 열자 바로 옆 어른 갤러리가 “쉿! 지금은 조용히 해야 하는 때야”라며 작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갤러리 에티켓을 가르쳐줬다.

잠시 후 한상희(29), 박지영(23), 김예진(24)으로 구성된 챔피언조에서는 경기가 지연되는 상황이 나왔다. 1번홀 김예진의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져 카트 도로 바깥 바위 앞에 멈춰 선 것. 페널티 지역은 아니었지만 구제 방식을 두고 그와 최진하 KLPGA 정규투어 경기위원장 간 의견을 주고받느라 갤러리는 제자리에서 20여 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럼에도 불만을 터뜨리기는커녕 그의 트러블 샷에 박수를 보냈다. 한상희를 응원하러 왔다는 이재옥 씨(52)는 “모든 선수에게 매 순간이 중요하지 않냐”며 “얼마든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천힐스CC에 처음 왔는데 관리가 상당히 잘 돼 있고 코스가 아기자기하다”고 덧붙였다.

나흘간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는 한층 성숙해진 갤러리 문화가 돋보인 대회였다. 포천힐스CC에서 처음 열렸음에도 2만여 명에 달하는 구름 갤러리가 찾아 이글과 홀인원 등 선수들의 신들린 샷에 열광했다. 이날 대회장은 니어리스트 대회와 행운의 룰렛, 푸드트럭 등 다양한 이벤트와 즐길거리가 마련돼 참가자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송현미 씨(58)는 “서울 강동에서 40분 만에 와 놀랐다”며 “미세먼지도 없고 도심보다 시원해 프로선수들의 명품샷을 즐기기에 제격”이라고 좋아했다.

푸드트럭, 룰렛에 골프 대회까지

대회장 밖 갤러리 플라자 입구에선 축제를 즐기려는 갤러리가 70m에 달하는 인간 띠를 이뤘다.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은 건 허브아일랜드 등 포천시 소개 부스였다. 서울 역삼동에서 온 김현수 씨(42)는 “허브아일랜드 한탄강 주상절리 등 서울 가까이에 놀거리가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며 “입장권으로 경기도 보고 6000원짜리 허브아일랜드 입장권 두 장도 받았다”고 좋아했다. 허브티 시음 부스에선 이날 5000잔이 넘는 허브티가 나갔다. 피자, 스테이크 등을 파는 푸드트럭도 주말 나들이를 즐기려는 갤러리로 북적였다.

YG스포츠의 골프 시뮬레이터 ‘QED’ 부스도 붐볐다. 초당 3000프레임 초고속카메라 등 최신 기술을 탑재한 이 제품을 경험하고 니어리스트 등 골프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BC카드 부스 앞 ‘행운의 룰렛’도 장사진을 이뤘다. 룰렛 결과에 따라 우산과 커피,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상품을 주는 이벤트였다. 서울 마포에서 온 주혜진 씨(31)는 “100원만 내면 꽝 없이 어떤 선물이든 받아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BC카드 관계자는 “6000개 넘게 준비한 선물이 오후 4시께 동났다”며 “이문환 BC카드 사장도 줄이 길어 룰렛 체험을 못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BC카드 응원단, 갤러리·홍보 1인2역

이날 BC카드 임직원 40여 명도 응원단을 꾸려 포천힐스CC를 찾았다. 이들은 BC카드 소속 선수인 장하나(27), 한진선(22), 박도영(23) 등을 비롯해 최종 라운드에서 경쟁한 KLPGA 선수들을 응원했다. BC 페이북 QR결제 체험존이 마련된 갤러리 부스를 찾아 갤러리에게 사용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응원단 중 한 명인 전종범 BC카드 디지털인프라팀 차장은 “장 선수를 비롯해 BC카드 골프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며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물론 갤러리를 위한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주말 나들이”라고 말했다.

포천힐스CC=김병근/박상익/김순신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