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주년 '위령의 날' 행사서 미군기지 이전 놓고 대립각 세워

일본 오키나와현 마부니(摩文仁) 평화기념공원에서 23일 개최된 오키나와 전투 종료 기념행사에서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다마키 데니(玉城デニ) 오키나와 지사가 날카롭게 대립했다.

오키나와현은 이날 유족 등 5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키나와 전투 종료 74주년을 기리는 '위령의 날' 행사를 열었다.

오키나와 전투는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3월 26일부터 일본군이 본토 방어를 명분으로 오키나와 주민들을 방패막이로 삼아 미군과 벌인 지상전을 말한다.

이 전투로 당시 오키나와 주민 4명 중 한 명 수준인 24만여명이 희생됐다.

日 오키나와 전투종료 기념식서 아베 총리-오키나와지사 신경전
일제 패전 후 27년 만인 1972년까지 미군이 관할권을 행사한 오키나와에는 수많은 미군 기지가 건설돼 지금도 일본 내 미군 전용 시설의 70%가량이 집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도심개발로 주택가에 둘러싸인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에 대한 민원이 계속되자 1990년대 기지 이전을 결정하고 대상지로 헤노코(邊野古) 해안지대를 골랐다.

그러나 대다수 오키나와 주민은 새 기지 조성을 위한 해안매립이 해양환경을 파괴하고 주민 안전에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전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주민 투표에서는 72%가 반대표를 던졌다.

다마키 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중앙정부가 주민 다수 의견을 무시하고 기지 이전을 위한 헤노코 매립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마키 지사는 중앙정부의 태도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도출된 민의를 존중하지 않고 지방자치를 업신여기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뜻에 따른 공사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 부담을 줄이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형태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기념행사 후 취재진을 만나 "헤노코 이설은 기지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후텐마 기지 이전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학교와 주택에 둘러싸인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후텐마 기지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며 기지 이전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日 오키나와 전투종료 기념식서 아베 총리-오키나와지사 신경전
한편,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초석'에는 올해 들어 새롭게 확인된 오키나와 전투 희생자 42명의 이름이 추가돼 중복자 1명을 제외한 전체 희생자 수는 24만1천566명이 됐다.

일본군의 저항이 사실상 종료된 6월 23일을 '위령의 날'로 지정한 오키나와현은 마지막 격전지이던 이토만(糸満)시에 평화기념공원을 만들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