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프는 마지막 생명의 줄…구조에 도움 되길 바라"

"로프는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생명의 줄과 같습니다"
전남 여수에 있는 해양경찰교육원에서 로프 구조술을 가르치는 박인환(34) 경장은 로프 구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3년째 해경교육원에서 교수 요원으로 로프 구조술을 가르치는 박 경장은 최근 해경에서는 처음으로 '해양구조 로프 구조술 가이드북'을 펴냈다.

[휴먼n스토리] 해경 최초, 로프 구조술 책 펴낸 박인환 경장
해군 UDT 출신으로 2010년 해경에 들어온 박 경장은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을 시작으로 100여 차례 해난 구조에 참여했다.

높은 파도와 비바람으로 심하게 움직이는 좌초 선박에서 로프 하나에 의지해 구조작업을 했던 그는 누구보다 로프 구조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특히 구조 헬기나 경비정이 접근하기 힘든 상황에서 로프는 최후의 구조 수단이자 구조자에게는 생명의 '끈'이다.

박 경장은 "2013년 11월께 포항에서 선박이 좌초했는데 배가 침몰하면서 선원 6명이 마스트(Mast·돛대)에 몰려 있었는데 파도와 바람으로 헬기와 배가 접근할 수 없었다"며 "줄 하나에 의지해 목숨을 걸고 6명 모두를 구조했을 때 뿌듯하기도 했지만, 로프 구조의 중요성을 몸으로 실감했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로프 구조술 훈련 교관으로 일하기 시작한 박 경장은 본격적으로 로프 구조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로프는 어느 구조 현장이든 광범위하고 유용하게 쓰이지만, 해난 사고 구조에서 로프 구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나 자료가 전무했다.

119 구조대원을 위한 로프 구조술 자료는 있었지만, 해상 사고는 풍랑과 파도로 구조할 대상물이 끊임없이 움직여 해경만을 위한 구조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박 경장은 국내 사례는 물론, 유럽 등 로프 구조 선진국의 사례와 문헌을 모아 자료로 활용했다.

[휴먼n스토리] 해경 최초, 로프 구조술 책 펴낸 박인환 경장
퇴근 이후 시간을 쪼개 책 쓰기에 몰두한 지 4년여 만에 200페이지 분량의 책이 완성됐다.

로프 구조술 가이드북에는 로프의 개념과 매듭법 등 기초 지식과 도르래, 로프 발사총, 로프 보호대, 하강 제어장치 등 구조장비 활용법 등이 실렸다.

박 경장은 "로프로 구조할 때 장비 조작 미숙으로 로프가 밀려 대원이 추락하거나 로프가 절단돼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로프 구조술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고 예전 방식대로 답습돼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로프는 중력과의 싸움으로 장비와 구조 시스템을 정확하게 알아야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다"며 "이 가이드북이 안전한 로프 구조 활동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