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 일본에서 전형적인 실패사례이자 반면교사로 거론된다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는 사뭇 충격적이다. 정부가 밀어붙여온 국가주의·설계주의적 경제정책 기조인 ‘제이(J)노믹스’가 줄줄이 국제사회에서 실패 모델로 회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제이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 성장은 소비탄력성이 큰 저소득층의 임금을 높이면 격차 해소에 더해 경제성장의 선순환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선험적 가정으로 출발했지만 지난 2년간 명백히 실패임이 드러났다. 일본에서 실패 표본으로 꼽는다는 최저임금 억지 인상은 그런 실패의 일부분일 뿐이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세계 최고수준(65%)으로 높인 게 경제에 얼마나 큰 충격을 안겼는지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장의 자생적 활력 여지를 꺾어버린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시장에서의 수용성을 도외시한 비정규직 해법 등도 최저임금 못지않게 우리 경제가 공들여 쌓아온 상황적응 유연성과 다이내미즘을 빼앗아 궤멸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런 걱정과 경고가 괜한 것이 아님은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각종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어김없이 확인돼온 터다. 지난해 세계적인 호조 속에서도 우리나라만 부진을 면치 못한 경제성적표, 특히 경제규모가 12배 큰 미국보다 낮아진 성장률은 정책 실패 외에 달리 원인을 찾기 힘들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기업의 투자 엑소더스와 외국인의 국내투자 감소가 그렇고, 중소기업 및 자영업 위기나 세계적인 일자리 풍년 속에 한국만 고용 참사를 겪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정책 실패가 여전히 진행형이란 점이다. 정부·여당조차 내년 최저임금 동결론을 거론하지만 ‘최저임금 1만원 관철’을 외치는 노동계와의 갈등으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또 내달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300인 이상 방송 교육서비스 등 22개 특례 제외 업종에 대해 정부가 3개월간 처벌을 유예한다지만 현장에서는 “땜질 유예이자 허울 좋은 보완책일 뿐”이란 반응이다. 대학의 경우 업무가 몰리는 입시철에 현행 3개월 탄력근로제로는 대처가 불가능하고, 방송사들은 제작비 증가로 한시적인 제작중단 외에는 달리 대책도 없다. 내년부터 영세한 50~299인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확대되면 그 파장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획일적 친(親)노동 정책의 대가가 너무도 크고 참담하다. 전체의 10%에 불과한 대기업·공기업 조직 노동자들이 나머지 90%의 몫을 착취하는 ‘노동시장 2중구조’가 대·중소기업 격차 확대, 계층 간 소득불균형 심화의 근본원인이란 게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지만 이런 근원적 환부는 손 대지 않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노동시장 2중구조부터 정상화하지 않고는 정책 실패를 막기 어렵다. ‘한강의 기적’으로 칭송받던 대한민국이 ‘실패국가 모델’로 전락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