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달 착륙 50주년, 달아오르는 달 탐사
50년 전인 1969년 7월 21일은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성공적으로 착륙해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후 경제성 논란으로 인해 달 탐사 활동은 거의 중단됐다. 그러다가 수년 전부터 미국은 물론 많은 국가가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하며 달 탐사활동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듯하다.

달 탐사의 경제성 평가는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달에서 얼음이 발견되면서 인류가 달에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데 필요한 물, 산소와 함께 수소라는 청정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지구상에서 얻기 힘든 희귀 자원을 달에서 조달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희망도 갖게 한다. 화성 탐사의 중간기지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달에 사람을 보낸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무인 달 탐사선을 달 궤도에 진입시켰거나 착륙시킨 나라는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이 있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이 주축이 된 유럽우주기구(ESA) 국가도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의 기세가 대단하다. 중국은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를 지구에서는 보이지 않는 달 뒷면에 최초로 착륙시켰다.

달 뒷면 착륙은 우주탐사 기술에서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된다. 달은 지구와 달리 자전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달 앞면만 볼 수 있다. 달 뒷면에서는 지구가 보이지 않고 지구로 전파를 보낼 수도 받을 수도 없다. 따라서 착륙 과정은 물론 착륙한 다음에도 통신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자체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AI) 기술과 고도의 자세제어 기술 없이는 달 뒷면 착륙은 불가능하다고 여겨 왔는데, 이를 중국이 해낸 것이다.

중국은 올해 안에 창어 5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창어 5호는 탐사 로봇을 달 표면에 보내 달 토양을 수집한 뒤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2025년까지 달 기지를 세우고, 2030년에는 상주 인력을 보내겠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앞선 국가는 모두가 우주개발 선진국이라는 점이다. 이들 국가는 달 탐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11위였다. 앞서 언급한 달 탐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국가 중에서 러시아를 빼고 캐나다, 브라질을 더하면 이들 국가가 바로 우리보다 GDP 규모가 앞서 있는 10개국이다. 캐나다와 브라질 두 나라도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에 참여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달 탐사에 소극적인 국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경제력이 큰 국가만이 우주개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국가인데도 달·화성 탐사에 적극적인 곳도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야심차게 추진해온 달 착륙에는 실패했지만 궤도 진입에는 성공해 남다른 기술력을 과시했다. 화성 탐사에 적극적인 나라는 UAE다. UAE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2021년까지 화성궤도선을 보내고 100년 안에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불모의 사막에서 50년 만에 ‘두바이 기적’을 이룩한 국가답게 못할 것이 없다는 태도다.

이들 국가의 우주개발 특색은 각국의 여건을 잘 살리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달 탐사 프로젝트와 함께 최근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미국 중심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창구가 돼 NASA와 달착륙선 탑재체를 공동개발하기 위한 실무협약을 맺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의 정부출연연구소가 함께할 예정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투자 규모 등에서 좀 더 적극적인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할 때가 됐다. 국내 산업체가 아르테미스 계획의 중요 기기 제작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