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을 폭행한 수차례 폭력시위를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주도했다는 경찰 수사결과는 꽤나 충격적이다. 경찰은 “현장 채증자료와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간부들과 사전 공모한 혐의가 뚜렷하다”고 그제 발표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 구속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민노총은 참여 중인 정부위원회가 53개에 이를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 국정파트너’로 대접받고 있다. 그런 조직의 수장이 청와대와 동급인 ‘가급’ 국가중요시설인 국회에서의 불법 난동을 사전에 계획하고 실행했다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국회 앞 집회에서 역대 민노총 위원장 중 처음으로 현장 연행될 때만 해도 ‘고조된 시위 분위기에 휩쓸린 것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폭력시위 계획 문건을 보고받고 물리력 행사를 준비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김 위원장도 “총괄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인정한다는 점에서 경찰수사의 신빙성은 높아 보인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경찰 발표에 대한 민노총의 반응이다. 민노총은 “극우집단들의 민주노총 때리기에 대한 편승”이라는 비난 성명을 냈다. ‘불법행위를 했지만 그 책임은 다른 사람이 져야 한다’는 식의 모순에 가득찬 주장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민노총이 사회적 위상이나 덩치에 걸맞은 최소한의 상식과 판단력을 갖추지 못한 비상식적 조직임을 재차 확인해준 셈이다.

김 위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특권 집단’ 민노총에는 무뎌도 너무 무딘 공권력의 눈치보기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으로 늦었지만 할 일을 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번 일이 거대노조 앞에만 서면 왜소해지는 법의 엄정함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