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2대 주주로 참가하고 있는 포스코에너지에서 손을 뗀다. 7년간의 기다림에도 기업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큰 손실을 안은 채 보유 지분을 모두 포스코에 넘기기로 했다.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사업에서 장기간 적자를 내는 가운데 알짜인 부생발전사업을 모회사에 넘기기로 한 것이 ‘결별 선언’의 배경으로 꼽힌다.

포스코에너지에 '결별' 선언한 2대주주 스틱인베스트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4일 포스코에너지 임시 주주총회에서 부생발전사업을 포스코에 흡수합병시키고 포스코로부터 광양 LNG터미널을 양수하는 안건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꾸준히 수익을 올리는 부생발전사업을 떼내는 게 포스코에너지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스틱의 판단이다.

포스코와 포스코에너지는 9월 초 이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안건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총일인 14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포스코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반대표와 함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보유 지분 7.2%(389만6104주) 전량을 포스코에 되팔 예정이다. 스틱은 2012년 ‘코에프씨스틱그로쓰챔프 2010의 2호 사모투자전문회사’ 펀드를 통해 해당 지분을 1600억원에 사들였다. 포스코에너지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2만1900원)대로 거래가 마무리되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7년 전 매입가격의 절반 수준인 853억원만 손에 쥐게 된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포스코에너지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된 투자금 회수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펀드 청산시기가 도래하자 투자금의 절반만이라도 건지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2685억원이었던 포스코에너지 영업이익은 이후 감소세를 타며 지난해 47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국내 발전설비 증가로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전력 판매량이 줄어든 데다 신사업인 연료전지사업도 부진한 탓이다. 연료전지사업은 2014년부터 5년 넘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AA+였던 신용등급도 이 기간 두 단계 하락해 ‘AA-’로 주저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에너지가 ‘알짜’로 알려진 부생발전사업을 포스코에 넘기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부생발전사업에서 매출 3848억원, 영업이익 831억원을 거뒀다. 양수 예정인 광양 LNG터미널 역시 꾸준히 현금을 벌고 있지만 부생발전사업에는 크게 못 미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광양 LNG터미널의 지난해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은 653억원으로 부생발전사업(1375억원)의 47.5% 수준이다.

이번 사업재편으로 당장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다. 부생발전사업이 광양 LNG터미널보다 가치가 높은 자산임을 고려하면 포스코에너지는 이번 거래를 통해 약 48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하지만 핵심 수익원의 공백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IB업계 관계자는 “연료전지사업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포스파워 지분투자, LNG터미널 증설, 신규 LNG발전소 건설 등 대규모 투자도 예정돼 있다”며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 얼마 못 가 재무구조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