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 정부 제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지 한 달도 안돼 신형 스마트폰 판매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새 노트북 출시도 포기했다. 미국 기업과의 거래 제한 조치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상무부의 제재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없어 예정했던 신형 노트북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당초 지난 11일 상하이에서 개막한 소비자 가전 박람회 ‘CES 아시아 2019’에서 ‘메이트북’ 시리즈의 신형 노트북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미국이 본격적인 ‘화웨이 때리기’에 나선 이후 화웨이가 신제품 출시를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 CEO는 향후 출시 계획에 대해 “미국의 제재 조치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달렸다”며 “제재가 오래 이어진다면 출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주력 사업은 통신장비부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노트북, 웨어러블 기기 등 소비자부문 사업이 급성장하며 지난해 화웨이 사업 분야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PC사업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애플과 HP를 넘보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미국산 부품 또는 기술을 25% 이상 사용하는 자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할 경우 반드시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 조치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 구글 등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이번에 출시될 예정이던 메이트북에는 MS의 윈도 운영체제와 인텔의 칩이 사용된다.

앞서 영국과 일본의 이동통신업체들은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올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작년보다 최대 24%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2억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으며 올해 판매량은 2억5000만 대로 잡았다.

이와 관련, 샤오양 화웨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올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등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에 맞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국가안보 위협을 근거로 미국 이동통신사들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계획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FCC는 미국 무선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국가안보 위협 의혹을 받는 기업으로부터 장비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FCC 보조금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예비 승인했다. 화웨이는 FCC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업체를 막는 것은 미국의 통신망 안보 보호에 별다른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망 사업자에게 억지로 현재 장비를 교체하게 하는 것이 안정성과 보안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또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에 230개 이상의 특허권 사용료로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화웨이 지식재산권 담당 임원은 지난 2월 버라이즌에 특허권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해당 특허는 5세대(5G) 네트워크를 비롯한 핵심 통신네트워크 장비와 유선 인프라,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술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