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명동 신사옥' 조성…계열사 집결한다
우리금융그룹이 서울 소공로의 오피스빌딩을 사들여 제2 사옥을 세운다. 서울 전역에 흩어진 계열사를 한데 모아 명동 일대를 ‘우리금융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올초 지주사 출범 이후 비은행 부문을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본점 맞은편 빌딩 2000억원에 인수

12일 투자은행(IB)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명동 오피스빌딩인 남산센트럴타워(사진)를 인수하기로 하고 계약 조건을 최종 조율 중이다. 페블스톤자산운용이 매각하는 이 오피스빌딩은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건물 인근에 있다. 지하 2층~지상 22층 규모다. 인수 가격은 약 2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달 말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8월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명동 신사옥' 조성…계열사 집결한다
우리금융은 이 빌딩에 비은행 계열사를 한데 모아 통합 업무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우리카드, 우리종금 등 우리금융의 10여 개 계열사는 지금까지 서울 상암동, 명동, 광화문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다. 계열사 간 통합 업무를 하는 데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회사별로 임차료 지출도 많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우리은행 본점 빌딩 인근의 오피스빌딩 매물을 물색해 왔다”며 “본점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데다 규모도 적당해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KB금융이 서울 여의도 사옥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한데 모아 ‘KB금융타운’을 만든 것처럼 명동 일대를 ‘우리금융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다.

CIB 등 통합 업무 ‘시너지’ 노린다

우리금융이 예정대로 오는 8월 인수를 완료하면 비은행 계열사들이 이 빌딩으로 차례로 입주하게 된다. 우리종금과 우리카드가 대표적이다. 우리금융은 당초 올 상반기 두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었으나 하반기로 계획을 미뤘다. 이들 회사와 은행 조직 일부를 포함해 전체 계열사 인력 1000여 명이 새 빌딩에 입주할 전망이다.

이런 움직임은 그룹 차원의 비은행 부문 강화와도 맞물려 있다. 손태승 회장은 올해 지주사 설립 이후 동양·ABL 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하반기 중에는 아주캐피탈·아주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향후 증권사와 보험사를 차례로 인수해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게 손 회장의 계획이다. 그는 은행·비은행 계열사 조직을 통합하는 실험도 계속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계열사 간 벽을 허물어 임원을 겸직하게 했다. 이달 들어서는 우리은행과 우리종금의 기업금융(IB) 부문을 합친 통합 기업금융투자(CIB)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제2 사옥이 완성되면 업무 공간을 미리 확보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키울 수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의도에 타운을 조성한 KB금융도 계열사들을 통합한 매트릭스 조직을 다수 만들며 성과를 내고 있다”며 “우리금융 역시 계열사들이 물리적으로 만나 협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새로운 업무 실험을 하기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