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상 레이스’가 시즌 일정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싱겁게 끝난 듯하다. US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곧바로 준우승을 차지한 ‘핫식스’ 이정은(23·사진)의 압도적인 실력 때문이다.

이정은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호텔앤GC 베이코스(파71·6190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숍라이트클래식(총상금 175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1언더파 202타를 적어내 단독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3일 끝난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곧바로 나온 준우승이다. 올해 신인상 포인트 832점을 획득한 그는 2위와 격차를 3배 가까이 벌리며 경쟁자들의 추격 의지를 잠재웠다. 또 상금 16만1223달러를 받아 시즌 상금 151만5059달러로 이 부문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이정은의 경기력은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무관의 신인왕’이었던 것과는 180도 다른 첫해다. 주요 타이틀을 놓고 세계랭킹 1위 고진영(23)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양새다. 그는 이번 준우승으로 평균 타수를 69.641타로 낮춰 1위인 고진영(69.200타·23)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도 95점을 모아 129점인 고진영에 이어 2위다.

이정은은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려 2주 연속 우승이 유력했다. 하지만 이날 4타를 줄인 렉시 톰프슨(미국)의 추격이 한발 더 빨랐다. 이정은은 11번홀(파3)까지 2타를 줄이다가 13번홀(파4)부터 3연속 보기를 범해 톰프슨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톰프슨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이글을 추가했고, 이정은은 버디에 그쳐 2위로 내려갔다.


이정은은 “후반 들어 보기가 나오면서 경기 흐름도 약간 흔들렸다”며 “그래도 US오픈이라는 큰 대회 우승 뒤 곧바로 나온 이 대회에서 2위까지 차지해 기쁘다”고 담담히 말했다.

톰프슨은 LPGA투어 통산 11승째를 챙겼다. 지난해 11월 CME그룹투어챔피언십 이후 7개월 만이다. 2013년부터 매년 1승씩을 챙기는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집게 그립으로 퍼팅 방식을 바꾼 그는 지난달 소셜미디어 활동까지 중단한 채 골프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소셜미디어 중단을 알리며 ‘상처가 되는 글이 많다’고 적었다. 일각에선 ‘톰프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으나 톰프슨의 에이전트는 이를 부인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