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은 통신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와 클라우드 게임 등이 5G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업 간 거래(B2B) 분야에서도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사의 자본과 인력은 한정돼 있다. 통신사 혼자 이런 서비스를 내놓기 힘들다는 뜻이다. 최근 통신사들이 중소 벤처기업·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다.

통신 3사는 스타트업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 기업이 5G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오픈랩을 열어 콘텐츠 개발을 돕고 있다. 유망한 기술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는가 하면 사업적 동반자로서 비즈니스 협력을 맺기도 한다.
스타트업에 오픈랩 개방…5G 생태계 발굴 나선 통신 3社
오픈랩 열어 스타트업 지원

통신사들은 지난해와 올해 초 5G 상용화를 앞두고 앞다퉈 ‘5G 오픈랩’을 열었다. 국내외 스타트업과 중소 벤처기업이 5G를 활용한 서비스와 기술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KT다. 지난해 9월 서울 우면동 KT 연구개발센터에 오픈랩을 마련하고 5G 기지국과 단말기 등을 스타트업에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기술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경기 판교 ‘오픈 이노베이션 랩’을 확대 개소할 예정이다. 기존 시설에 5G 관련 인프라를 추가로 집어넣을 예정이다. 각지의 오픈랩을 통해 2020년까지 1000개의 파트너 스타트업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LG유플러스도 지난 4월 서울 마곡사옥에 ‘5G 이노베이션 랩’을 열었다. 마곡 사옥 1층에 마련된 ‘5G 이노베이션 랩’엔 5G를 끊김 없이 지원할 수 있는 기지국 장비와 업체들이 만든 앱(응용프로그램) 등이 5G 네트워크망에서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장비가 들어서 있다. 개소 이후 한 달여간 100여 개 업체가 5G 이노베이션 랩을 방문해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했다. 향후 랩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함께 협력하는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기존 ‘T오픈랩’에 5G 관련 유무선 장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두고 관련 업체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5G망을 이용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스타트업 벤처폴리스’를 마련할 예정이다.

통신 3사는 5G 오픈랩을 통해 5G 콘텐츠와 서비스가 많이 나와야 5G가 조기 안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회성 벗어나 스타트업과 협력”

최근에는 스타트업과 사업 협력을 맺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맺겠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 준비 과정에서 AR, VR, 고화질 영상 등 5G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했다. 기술력 있는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직원들이 국내외를 찾아다녔다. 국내 VR 기업인 벤타VR, 360도 입체영상 촬영기술을 보유한 미국 8i 등이 이 과정에서 발굴한 기업이다. LG유플러스는 이들 기업과 독점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의 5G 전용 앱인 U+VR과 U+AR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는 이들 기업과의 협력으로 제작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이후 협력으로 이어가는 역할을 맡는 ‘트루 이노베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올해 지원할 10여 개 스타트업을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선발 분야는 ARVR보안게임미디어 등이다.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이 사업 제안을 하면 멘토링, 네트워킹, 사업화 등을 돕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일회적 지원에서 벗어나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생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자동차, IoT, 보안과 관련된 협력도 이뤄진다. 초고속·초저지연 등이 특징인 5G 상용화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현대·기아차와 모빌리티·커넥티드카 분야의 테크·서비스 스타트업을 선발해 육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KT는 보안문제 해결용 블록체인 기술 개발 분야에서 스타트업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 기업뿐 아니라 제3자(third party·외부 파트너 업체)가 콘텐츠 공급에 나서줘야 5G 생태계가 굴러간다”며 “그러려면 장기적으로 중소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