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누구나 영웅이 되는 사회
얼마 전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봤다. 항상 남성이 주인공이던 히어로물에서 여성 히어로들이 등장해 맹활약하는 영상에 조금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남성보다 더 강력한 슈퍼우먼의 존재감이 이 시대의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여성은 교육도 받지 못하고 집안일만 했던 시대가 있었다. 사회생활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시대나 사회의 문화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남성과 여성은 선천적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특징으로 인해 서로 다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전통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너무나 분명하게 구분돼 있었다.

이제 사회가 변화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 누군가의 아내, 어머니의 역할에만 충실했던 여성들은 평등하게 교육을 받고 남성들의 직업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전통적인 노동의 구분은 깨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뿌리째 뽑아 없애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직장 내 여성 차별’ 정도를 평가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7년 연속 꼴찌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특히 임금 격차와 노동 참여 비율, 그리고 여성 관리자 비율에서 차별이 심각하다고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투 운동’도 성차별이 만연했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직업이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면서 업무에 대한 적합성을 성별로 구분짓기 어려워졌다. 만약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조차 고착된 성 인식으로 한쪽 성(性)만을 고집한다면, 다른 한쪽의 자원을 활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정부는 기업체 채용 등 각종 선발 과정에서 여성 비율을 보장하는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히려 남성 입장에서 불평등한 정책이라고 말하는 일부 비난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세계적으로 ‘성 다양성’은 중요한 화두다. 많은 국가가 기업 이사회에서 일정한 여성 비율 유지를 의무화하고 있다. 어디에서든 양성평등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면 굳이 정책적으로 여성 비율을 보장할 필요가 있겠는가?

여성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면 남성과는 다른 관점과 견해를 가져올 수 있어 다양성과 효율성이 향상돼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여성과 남성의 균형, 성 평등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치란 점은 자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