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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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변곡점에 섰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등 전세계 주요국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등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수출 부진과 성장률 하락 등 국내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증시 바닥이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도체 업황·성장률 하락은 부담

지난 5일 코스피지수는 2.14포인트(0.10%) 오른 2069.11로 마감했다. 전날(현지시간) 미국 S&P500지수가 금리 인하 기대에 2.14% 급등했지만 온기는 아시아 증시로 온전히 전해지지 못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80% 올랐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03%, 대만 자취안지수는 0.68% 하락했다. S&P500은 5일 0.82% 올라 이틀 연속 상승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신흥국 증시에 호재로 통한다. 신흥국 경제와 증시를 짓눌렀던 달러 강세(현지 통화 약세)가 누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신흥국 증시로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2016년 초와 올해 초 국내·외 증시가 급반등한 것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나선 영향이 컸다.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신흥국의 경제 체력이 그 때 같지 않다는 점이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이 싸움을 벌이면서 중간에 낀 신흥국들이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미국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신흥국 증시의 상승폭이 과거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CEIC가 집계한 경제성장률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보면 한국은 지난해 2.7%에서 올해 2.1%로 낮아질 전망이다. 중국(6.6%→6.2%), 베트남(7.1%→6.6%), 싱가포르(3.2%→2.1%), 대만(2.6%→1.9%) 등 아시아 수출국의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를 내고, 모건스탠리가 하반기에도 반도체 업황 회복이 쉽지 않다고 전망한 영향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나빠질 건 없다”

한국 증시의 ‘바닥’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분석엔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미국이 긴축에서 완화로 통화정책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입장에선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긴축을 유지하는 동안 금리를 내리지 못했던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올 초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로 한 후 잇달아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국도 오는 4분기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바닥 수준인데다, 경기와 수출, 기업실적, 증시수급 등이 더 이상 나빠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자본총계)이 0.9배를 밑돌며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때인 0.85배와 비슷해졌다”며 “2000선 밑으로 떨어지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점 대비 30% 감소한 상장사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수), 6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수출, 119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 등도 최악의 구간을 통과하는 중”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내 국가별 비중 조절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이 마무리되고, 국내 주식형 펀드로 저가 매수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급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등 시기를 점치긴 어렵지만 지금은 주식 비중을 줄일 때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곧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세계 각국의 부양책이 더해지면서 증시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