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탈북자 지위 고찰한 졸업논문 현지서 극찬…최우등졸업 영예

교황청에 3번째 한국인 외교관이 곧 탄생한다.

5일(현지시간) 로마 한인천주교계에 따르면 정다운(37·세례명 요한바오로) 신부가 전날 교황청 외교관학교에서 최우등(숨마 쿰 라우데)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교황청 3번째 韓외교관 탄생 임박…정다운 신부, 외교관학교졸업
외교관학교 졸업 후에는 보통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전 세계 교황청의 대사관 중 한 곳으로 발령을 받는 게 관례라,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교황청에 한국인 외교관이 나오게 됐다.

지난 해에는 황인제(37) 신부가 외교관학교를 졸업한 뒤 르완다 교황청 대사관으로 발령을 받아 외교관으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바 있다.

정다운 신부의 가세로 교황청 내 한국인 외교관은 태국·캄보디아·미얀마 교황대사로 재직 중인 장인남 대주교를 포함해 총 3명으로 늘어난다.

정다운 신부는 외교관학교 졸업의 최종 관문으로, 이날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에서 열린 박사 논문 심사에서 '국제법에 따른 한국에서의 탈북자의 지위와 정착'(Lo Status e L'insediamento dei Profughi Nord Coreani nella Corea del Sud Secondo il Diritto Internazionale)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극찬을 받았다.
교황청 3번째 韓외교관 탄생 임박…정다운 신부, 외교관학교졸업
심사위원장을 맡은 빈첸초 부오노모 라테라노 대학 총장은 한국 내 탈북민의 지위와 정착 현황을 국제법에 의거해 분석한 이 논문에 대해 "교황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난민·이주민의 문제를 탈북민을 통해 천착해 시의적절할 뿐 아니라 주제도 참신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서양 사회에 아직 실상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탈북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역할도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년 10월 교황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한 것을 계기로 교황청 내 북한에 대한 관심이 최근 더 높아진 까닭에 정 신부의 이번 논문이 더 주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교황청 3번째 韓외교관 탄생 임박…정다운 신부, 외교관학교졸업
정다운 신부는 이 논문으로 만점인 10점에 가까운 9.9점을 얻어 졸업이 까다롭기로 악명높은 외교관학교에서도 극소수에게만 허락되는 최우등 졸업을 하게 됐다.

교황청 외교관학교는 국제법과 외교 등을 넘나드는 방대한 분량의 공부가 필요할 뿐 아니라, 원어민에 버금가는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구사해야 하고, 다른 제2외국어 실력도 요구돼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양이 모국인 인재들도 쉽게 졸업할 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외교관학교를 졸업하려면 박사 학위를 받는 것이 필수 조건이라, 재학생들은 외교관학교를 다니면서 교황청립 대학에서 박사 과정도 함께 밟아야 한다.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는 "교황청이 전 세계에서 지니는 위상을 고려할 때 교황청에 또 한 명의 한국인 외교관이 배출된 것은 한국 천주교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경사"라고 반겼다.

한편, 정다운 신부는 서울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2011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서울 수색성당, 명일동성당의 보좌신부를 거쳤다.

2013년 10월 이탈리아로 유학을 와 2017년 라테라노대학에서 교회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해 교황청 외교관학교에 입학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