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연이은 대내외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 장벽이 세계로 확산하면서 수출길이 좁아지는 가운데 중국 업체의 공습까지 본격화할 조짐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방자치단체의 조업정지 처분으로 고로(용광로) 가동 중단 위기에 몰렸다.

▶본지 5월 31일자 A17면 참조

5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시는 조만간 세계 1위(생산량 기준) 스테인리스 업체인 중국 칭산강철그룹의 부산 투자를 승인할 방침이다. 칭산강철은 국내 스테인리스 강관(파이프) 업체인 길산그룹과 합작해 부산 미음공단 외국인 투자지역에 냉연강판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칭산강철이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칭산강철이 설립하려는 부산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60만t으로 지난해 국내 내수시장(106만t)의 56%에 달한다. 칭산강철은 이 가운데 30%인 18만t은 한국에 공급하고, 냉연(29만t)과 파이프(13만t) 등 나머지 42만t은 수출할 계획이어서 한국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포스코와 현대BNG스틸 등 국내 업체들의 지난해 스테인리스 냉연 수출량이 27만t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칭산 측의 연간 수출 계획(42만t)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철강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피가 커 운송비용이 냉연보다 두 배 비싼 파이프는 수출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칭산강철의 스테인리스 대부분이 내수시장에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중국산 철강제품의 우회 수출처로 지목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중 무역분쟁 속에 ‘한국산 철강제품은 중국산’이라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