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압도적 화질의 QLED 8K TV…프리미엄 대형TV 기준을 바꾸다
삼성전자가 올해 3월 출시한 갤럭시 S10은 디스플레이의 오른쪽 상단 구석에 조그만 구멍(홀)이 있다. 카메라에 필요한 빛이 들어오는 이 구멍을 제외한 갤럭시 S10의 디스플레이 화면은 거의 모두 스크린으로 가득 차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처음 선보인 ‘인피니티-O’ 디자인이다.

삼성전자의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는 TV와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복잡한 선들을 아기 손가락 굵기의 투명색 케이블 하나로 대체했다.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면 케이블이나 전원선이 아예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TV를 벽에 걸거나 거실 가운데 둘 경우 외부로 드러나는 복잡한 케이블 선들이 보기 싫다는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한 혁신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은 철저하게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다. 소비자들이 미처 느끼지도 못하던 조그마한 불편을 찾아내거나 편의를 추가한다.

삼성전자의 무풍에어컨은 한여름 하루 종일 찬바람을 쐬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개선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찬바람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구멍으로 바람을 내보내는 혁신 기술을 만들어 냈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TV 신제품 ‘더 세로’는 화면이 세로형이다. TV도 스마트폰을 보는 것처럼 보고 싶다는 밀레니얼 세대의 수요를 ‘콕’ 집어냈다.

모바일 최저가 검색에 익숙한 소비자들도 이 같은 혁신적인 제품엔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소비자를 배려한 기술 혁신이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고, 이런 제품이 다시 충성도 있는 소비자를 이끌어 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최고급 냉장고인 ‘셰프컬렉션’은 다른 회사의 동급 냉장고보다 가격이 2~4배가량 비싸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셰프컬렉션을 사는 것은 육류와 생선 등 식자재를 최상의 상태로 신선하게 보관하는 냉장고 본연의 기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셰프컬렉션은 냉장·냉동실의 온도 편차가 ±0.5도에 그친다. 다른 회사 제품(±1.5도)의 3분의 1 수준이다.

냉장고 문이 열리고 닫힐 땐 냉장고 윗부분에서 찬바람이 나와 외부 공기를 차단한다. 식재료를 최대한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다. 전문적인 요리 지식을 가진 셰프(요리사)들의 의견을 상품 기획 단계에서 반영한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이르면 다음달 출시할 갤럭시 폴드는 디스플레이를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 폰’이다. 2000년대 후반 터치 방식의 스마트폰을 선보인 뒤 폼팩터(제품의 구조화된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출시 가격이 1980달러로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두 배 안팎에 이르지만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제품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혁신 기술은 기존에 없던 시장도 새로 만들어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8K TV를 전 세계에 처음 선보였을 때 세계 TV업계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8K TV는 가로, 세로 해상도가 7680×4320으로 현재 프리미엄 대형 TV의 표준인 UHD(초고화질) TV보다 네 배 선명한 TV다. 현재 8K급 TV에 상영될 수 있는 영상 콘텐츠는 거의 없다. TV업계에서도 “8K TV는 2020년 이후에나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전자 경영진의 판단은 달랐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로 UHD급 화질을 8K급으로 끌어올리는 ‘업스케일링’ 기술로 영상 콘텐츠의 화질을 보정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형 TV에서 8K급 화질을 직접 목격한 소비자들 사이에 “대형 TV=삼성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퍼졌다.

장기적인 안목의 연구개발(R&D)이 프리미엄 제품을 쏟아내는 원동력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QLED TV는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양자점)이라는 신소재를 패널 소재로 활용했다. TV의 화질과 수명을 개선하기 위해 2001년 삼성종합기술연구원에서 퀀텀닷 연구를 시작한 지 17년 만에 내놓은 성과물이다. 이런 혁신들은 후발주자들이 삼성을 쉽게 따라오지 못하도록 한다. 삼성전자의 ‘엣지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2014년 갤럭시노트4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출시 5년이 다 되도록 경쟁사들은 비슷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