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계열 하나금융투자도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도전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자기자본 확충 계획이 연기된 반면 하나금융지주는 실적 개선이 뚜렷한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증자를 서두르고 있다.

하나금투도 초대형 IB 도전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100% 자회사인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지난해 3월, 12월 두 차례에 걸쳐 1조1975억원을 증자한 데 이은 추가 자본 확충이다.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2017년 말 1조9667억원에서 올 3월 말 3조2677억원으로 확대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애초 시간을 갖고 하나금융투자 자기자본을 초대형 IB의 최소 요건인 4조원 이상으로 키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KB증권이 최근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데다, 하나금융투자가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실적을 거두면서 증자를 서두르기로 했다. 하나금융투자의 1분기 순이익은 62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8.9% 급증했다.

하나금융지주가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를 의식해 발 빠르게 증자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번주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6600억원 규모 증자를 실시해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시킬 예정이었지만 두 달 연기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지주 측에 내세운 경영효율화 계획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데다 지난 1분기 실적까지 뒷걸음질치면서 시기를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지주가 이 틈을 이용해 신한금융투자보다 먼저 초대형 IB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주요 사업본부별로 자기자본 활용 방안을 놓고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증권에서 확충된 자기자본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해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며 “늦어도 연내에는 자기자본 4조원 확충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